사회

택배를 남친 이름으로 받는 신림동 혼족女 "1층 현관문이.."

"폐쇄회로(CC)TV가 있지만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2019.07.18 06:01  
경찰이 최근 여성 범죄가 늘어나자 여성 1인 주거가 많은 지역에 집중적인 경력배치, 순찰을 펼치기로 했다. © 뉴스1


여성안심 귀갓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피커. © 뉴스1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서울대입구역 주변에서 5개월째 혼자 생활 중인 여성 직장인 정모씨(31)는 생활 습관이 바뀌었다. 문이 잠길 때까지 자신의 문고리를 놓지 않고 엘리베이터도 혼자 타기를 선호한다. 택배 배달도 자신의 이름이 아닌 남자친구의 이름으로 하고 있다. 최근 신림동 부근에서 잇따라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발생한 범죄가 원인이다.

정씨는 "최근 보도를 보면서 무서움을 느꼈다. 폐쇄회로(CC)TV가 있지만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나이 많은 여성분들이 순찰 도는 것을 봤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면서 "오피스텔에 살아서 경비가 있다. 하지만 1층 현관문이 열려있고 얼굴만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최근 '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에서의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늘자 경찰이 대책을 들고 나섰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5일 "신림동 일대에서 일어나는 여성 대상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여성 1인 주거가 많은 지역에 형사, 지역경찰, 기동순찰대, 방범순찰대, 자율방범대 등을 집중 배치, 예방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과 지자체는 '여성안심 귀갓길', '안심 골목길' 등을 지정 범죄 예방에 힘을 기울였다. 이 길에는 비상벨, CCTV,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피커 등이 설치됐다.

하지만 이 같은 예방에도 불구하고 최근 신림동에서는 여성범죄가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5월에는 30대 남성이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뒤쫓아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11일에는 40대 남성이 혼자 사는 20대 여성 집에 침입, 성폭을 시도한 뒤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를 집중 경력배치, 순찰 시간으로 지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시간대는 하루 중 관악경찰서로 112 신고가 집중(하루 중 46%·2018년 신고 분석)되는 시간이다. 집중 순찰 지역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경찰은 범죄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우려지역을 우선순위로 선정, 인력을 배치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뉴스1>은 지난 17일 오후 신림동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이 밀집해서 사는 거주 지역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벌이는 일선 경찰관들의 순찰에 동행했다.

경찰은 집중 단속 시간에만 바쁜 것이 아니었다. 단속 시간이 아닐 때는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골목을 살피면서 범죄 예방을 하고 있었다. 실제 경찰이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골목의 1인 가구들은 대부분 방범창이 없어 쉽게 침입할 수 있어 보였다.

더불어 일부 골목은 주차장이나 벽들이 어두워 음침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한 CCTV가 없는 곳도 볼 수 있었다. 성별을 떠나 누구든지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경찰은 방범창이 없는 건물의 건물주를 만나 방범창 설치를 권고하고 CCTV 작동 여부에 대해 확인, 수리를 요청한다. 또한 범죄가 예상되는 취약지역에 범죄예방진단경찰관(CPO)이 직접 정밀, 범죄 예방에 나선다.

경찰은 CPO의 진단에 따라 범죄 위험 지역에서 여성 혼자 사는 150가구에 여성가구 안심홈세트(디지털 비디오창·도어벨, 현관문보조키, 문열림센서, 휴대용비상벨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 1인이 운영하는 25개 점포에는 비상벨을 설치하고 여성 1인가구 밀집 지역에 '안심스카우트' 안내에 대한 안전판 40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11월까지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지원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경찰의 집중적인 순찰과 사업 계획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씨는 "(인터뷰를 하면서) 이번에 알았다. 사업이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변화가 있었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최모씨도 "최근 여성들이 공포를 느낄 뉴스를 많이 접했는데 이전과 비교해 경찰 순찰의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여성안심 골목 인근에서 생활하는 20대 여성 김모씨 역시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전에 절도 범죄가 발생했다고 경찰들이 다닌 것을 봤는데 최근에는 다시 예전과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5일부터 집중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집중 순찰 인력을 배치하고 있다. 순찰 외에도 여성 안심 귀갓길, 안심 골목길 시설물에 대한 정비를 하고 있다. 더불어 건물주들에게 방범창 설치 등 보안 시설 설치에 대해서도 권고하는 등 여성 범죄 예방에 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