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세현 기자 = 청와대가 일본의 대북제재 위반 언급에 '국제기구를 통해 진실을 따져보자'고 나섰다.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배경으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걸고 나선 가운데 '근거없는 의혹은 반드시 가려내겠다'며 대일(對日) 정면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는 일본과의 관계회복이 늦어지더라도 '가짜주장'은 발본색원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초기에 이러한 의혹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국제사회 도움이 필요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에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1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본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3국(한·미·일) 중에서 유일하게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선박 총 6척을 최대 1년 반 이상 억류해왔으며 이와 관련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유엔 제재위원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어 "우리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등 관련 협약과 지침에 모두 가입한 회원국으로서 이중용도 및 전략물자의 제3국 불법 반출을 철저히 통제해왔다"며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 고위 인사들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우리 정부의 수출 관리 위반과 제재 불이행을 시사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김 차장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대북제재를 어겼다는 '명백한 증거'를 일본 측에서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적절한 국제기구에 한일 양국의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위반 사례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의뢰할 것을 제의한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잘못이 발견된다면 사과 및 시정조치를 취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일본이 우리 정부에 사과하는 것은 물론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도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국제기구의 조사의뢰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일본이 제기한 대북제재 위반 문제에 있어 '흠 잡힐 게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이는 일본의 '근거없는 여론전'에 '근거있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음으로써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부당성을 널리 알리겠다는 여론전 성격도 짙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9일 일본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3개(레지스트·불화수소·플리이미드) 반도체 소재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북한 반출설'에 대해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중국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했고 어떤 문제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이날의 대일 정면대응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 당시 "아무런 근거없이 대북제재와 연결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 협력관계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북제재 문제를 콕집어 일본을 비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는 대일특사와 같은 대일 협상카드를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대일 강경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지난 10일 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 "국제질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아울러 10일(현지시간) 방미(訪美)한 김현종 안보실 2차장 또한 일본의 수출규제 건과 관련,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등 미측인사들을 만나며 광폭행보 중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