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남은 아이들 안전·미래 위해"…심야시간 분리 조건
1심서 남편·부인 각각 징역 5년·3년 선고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부부 중 아내가 2심에서 보석을 허가받았다.
이는 생존한 나머지 자녀들에 대한 양육문제를 고려한 결정이다. 재판부는 "어떻게 달라진 삶을 살 건지 피고인이 보여줘야 한다"며 여러 조건을 내걸어 석방을 일시 허가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4일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40대 김모씨와 이모씨(여)의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 부부는 약 2년 전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지난해 12월 투자자에게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에 부부는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방안에 연탄불을 피워 9살과 7살 쌍둥이 자녀 3명을 먼저 보내고 본인들도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러나 잠에서 깬 막내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면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지 않았고 김씨 부부는 깨어날 수 있었지만, 둘째 자녀는 결국 숨졌다.
1심은 "엄중하게 처벌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거나 동반자살하는 행위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김씨에게 징역 5년을,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이날 2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범행 결과가 너무 중대하지만, 한편으로는 피고인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두 딸을 생각하면 원심과 같은 실형은 가혹하다"며 "부디 이씨만이라도 집행유예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두 자녀는 조부모와 고모가 양육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참 마음이 아픈 사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안전과 양육, 미래"라며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에 제안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제안은 이씨의 보석으로 일정기간 이씨를 석방한 뒤 재판부가 지시하는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자녀를 어떻게 양육하는지를 관찰한다는 조건이다.
검찰도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재판부에서 아이들의 미래에 도움이 될 가장 적정한 방법을 택해달라"며 반대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이날짜로 이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자녀를 만나고 같이 생활할 수 있지만,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는 같은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걸렸다.
재판부는 이씨가 앞서 법원에 제출했던 반성문을 재판정에서 읽게 했고 "이씨가 적은대로 달라진 삶을 어떻게 살 건지 보여줘야 한다. 보석 조건을 성실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