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남짓한 전두환과 독대…세 마디가 본론의 전부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지난 10일 별세한 고(故) 이희호 여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이 만났던 일화가 화제다. 두 사람은 1982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 수감 당시 만났다. 이 여사는 이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남편을 석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 여사가 생전에 남긴 '이희호 평전'에 따르면 이 여사는 1982년 2월 당시 허화평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여사는 허 수석으로 부터 "각하(전 전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이 여사는 정권의 실세 중 한 사람이었던 허 수석의 전화에 깜짝 놀랐지만 "만나주신다면 뵙지요"라며 허 수석의 제안을 수락했다.
이 여사는 평전에서 얼마 뒤 전화를 받고 약속 장소에서 만나 검은색 차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한 후 작은 다리를 건너 자그마한 단독 건물(안가)에 들어갔다고 서술했다.
이 과정에서 이 여사는 경호 원칙에 따라 착용하고 있던 묵주 반지를 빼면서 "의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과 만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스스럼없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 여사는 "이 얘기 저 얘기 끝이 없었어요. 자기가 사형시키려 했던 사람의 안사람을 만났는데, 동네 복덕방 아저씨가 아주머니 대하듯이 거리낌이 없었어요. 이야기를 하다 말고 바지 자락을 긁적거리고도 하고요"라고 했다.
이 여사가 "남편을 석방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하자, 전 전 대통령은 "그건 나 혼자서는 결정을 못 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고 해서 석방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 여사는 이 세마디가 두 시간 남짓한 전 전 대통령과 만남에서 나눈 본론의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후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3.1절 특사로 석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면회를 갔다. 석방할 즈음엔 머리를 길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김 전 대통령의 머리를 살펴 봤지만 빡빡 깍아놓아 석방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다음달은 1982년 3월1일 무기수에서 20년으로 감형됐지만 이 여사는 당시 나이로 볼때 무기나 다름없어 몹시 실망해 공연히 대통령을 만났다는 후회가 들었다고 회고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