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행 피하려 투신…폭행과 사망 인과관계 충분”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 마땅”…최고 징역 7년·단기 4년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또래 학생을 집단 폭행해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학생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가해학생 4명 중 2명은 재판에서 숨진 학생의 사망과 폭행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줄곧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들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는 14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군(15)에게 장기 7년 단기 4년, B군(14)에게 장기 6년 단기 3년, C군(15)에게 장기 3년 단기 1년6개월, D양(15)에게 장기 4년 단기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숨진 학생은 78분간 무차별적인 폭행을 피하려 탈출을 시도했으나, 아파트 난간에서 3m가량 아래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로 투신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며 "성인도 견디기 힘든 폭행과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다소 무모하고도 극단적인 탈출 방법 선택하려다 숨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폭행과 사망사이의 인과관계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폭행 및 가혹행위 과정에서 숨진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사전에 '자살로 숨진 것'이라고 말을 맞춘 정황도 확인되는 점에 있어서도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를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로 성인도 견디기 힘든 끔찍한 폭행과 가혹행위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점 등에 비춰 죄책에 상응하는 형별이 필요하다"며 "다만, 피고인들은 만 14세 미만 16세 사이 소년인 점, 부모들이 늦게 나마 피고인들의 보호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녹색 수의를 입은 채 법정에 들어선 이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담담한 표정으로 판사의 양형 이유를 들었다.
A군 등은 지난해 11월13일 오후 5시20분께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D군(14)을 78분간 폭행해 D군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D군의 전자담배(14만원 상당)를 빼앗은 뒤 돌려주겠다며 아파트 옥상으로 유인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추락한 D군은 당일 오후 6시40분께 이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발견돼 119소방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군 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들은 D군에게 '30대만 맞아라. 피하면 10대씩 늘어난다'고 말하면서 손과 발, 허리띠 등을 이용해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았으며, 가래침을 입 안에 뱉기도 했다. 또 바지를 벗기고 성적 수치심을 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B군이 숨진 D군의 패딩을 입고 있어 논란이 된 점과 관련해서는 가해 학생이 D군에게 '내 패딩은 일본 디즈니랜드에서 산 옷이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해 바꿔 입은 사실을 확인하고 사기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당초 이들 선고기일은 지난달 23일로 예정됐으나, 가해 학생 중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학생 측이 '유가족 측과의 합의 시도'를 이유로 재판부에 선고 기일 변경 신청을 하면서 이달 14일로 기일이 연기됐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군 등에게 법정 최고형인 '장기 10년, 단기 5년'을 구형했다. 이는 상해치사죄로 소년법 적용 대상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이다.
현행법상 상해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의 처벌을 받게 된다.
검찰은 당시 숨진 중학생이 78분간 가해학생들로부터 겪은 무차별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등 지옥같은 순간을 전하면서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가해학생 4명 중 2명은 사망과 폭행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