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줌마와 아저씨가 끌고 갔어요" 잃어버린 아이, 찾으러 다녔지만..

잃어버린 아이 매년 2만명…장기실종 '460명'

2019.04.05 06:01  
사전지문등록·코드아담 등 예방책에 신고·미발견 감소
실종신고 3~6월 집중…"1대1 전담수사관 배치" 요구도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 시골에서 할머니와 살다가 아빠를 만나러 경기 안산으로 올라온 지 5일째인 1991년 8월5일 오후 8시쯤. 근처에 사는 형제의 집으로 딸 정유리(실종 당시 11살)와 함께 놀러간 아버지 정원식씨는 밖에서 유리와 함께 놀던 조카들의 다급한 목소리에 마당으로 뛰어갔지만 유리는 없었다. "어떤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유리 언니를 끌고 갔다"는 조카들의 얘기에 정씨는 딸을 찾아 나섰다.

이후 안산경찰서에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대대적인 수색이 진행됐지만, 유리의 행방을 찾을 수는 없었다.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도 없고,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자 수사는 지지부진해졌다. 지하철 앵벌이 뉴스가 나오면 청량리역과 남영역에서 밤을 지새웠고, 미성년자 인신매매단 소식이 들리면 미아리나 천호동 등지의 사창가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양은 부모의 품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동 실종신고는 해마다 2만건 안팎이 경찰에 접수된다. 지문 사전등록, 배회감지기 등 경찰와 관계 기관들의 노력으로 실종아동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은 460명에 달했다.

5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아동 실종 접수 건수는 총 2만1980건이었다. 실종 아동이란 실종신고 당시 만 18세 미만 아동으로 약취·유인·유기·사고로 인하거나 가출하거나 길을 잃는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을 의미한다.

폐쇄회로(CC)TV 확산 등에 힘입어 전체적인 아동 실종신고 건수는 감소세다. 최근 5년간 실종 아동 신고 건수는 Δ2014년 2만1591건 Δ2015년 1만9428건 Δ2016년 1만9870건 Δ2017년 1만9956건으로 매년 감소해오다가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실종신고 후에 미발견된 아동의 수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16년 당해 연도에 미발견된 182건 가운데 현재 6건을 제외한 176건은 모두 발견했고, 2017년에도 100건 가운데 7건을 제외한 93건은 모두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미발견 건수는 최근 사건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데 108건에 달하는 지난해 미발견자 숫자도 앞으로 감소할 것"며 "지속적인 추적 관리를 통해 미발견자를 줄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종아동 찾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1990년대에 신고된 아동은 미발견 사례가 많았다. 미발견 기간으로 보면 Δ5~10년 14명 Δ10~20년 59명 Δ20년 이상 404명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실종신고는 3~6월 집중됐다. 신고접수가 가장 많았던 달은 6월 2224명이었고, 4월 2032명, 3월 2015명, 5월 2010명 순으로 많았다. 실종 아동은 12세를 기점으로 급증했다. 만 0세 실종신고는 78건으로 가장 적었고, 만 11세는 538명으로 집계됐다. 12세부터는 실종신고가 1074명 Δ13세 2599명 Δ14세 3580명 Δ15세 3308명 Δ16세 3286명 Δ17세 2838명으로 나타났다.

실종아동의 28.7%는 1시간 이내에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시간 이내는 26.2%, 6시간~1일 이내 19.5%로 실종아동 총 74.4%가 하루 이내에 찾을 수 있었다. 다만 1일~1년 이내가 25.1%로 적지 않았고, 0.1%는 실종아동을 찾는데 1년 이상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종신고 이후 아동을 찾는 데 드는 시간은 점차 줄었다. 1시간 이내에 실종아동을 찾는 비율이 2014년에 비해 5.7%포인트(p), 1~6시간 이내는 2.2%p(2014년 24.0%) 많아졌다. 실종아동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한 '코드아담'과 미아방지 지문등록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드아담은 백화점, 대형마트, 놀이공원 등에서 실종아동 등이 발생하면 해당 시설 관리자가 즉시 코드아담 경보를 발령하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수색하고 출입구를 감시하는 제도다.

10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에게는 일대일 전담 수사관을 배치하는 등 실종아동을 찾기 위한 파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종아동협회 관계자는 "최장기 실종 아동에게는 1 대 1로 수사관을 배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아이를 찾으려 돌아다니다 해체위기에 처한 가족들을 돕기 위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