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 당사자 "짐승 대우 받던 시절 가슴 아파"
(서울=뉴스1) 서영빈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강제징용 사건은 소멸시효가 없다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와 유족 31명은 4일 전범기업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후지코시·미쓰비시중공업·일본코크스공업주식회사를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소송 대리인단을 꾸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기자회견에는 생존 피해자인 김한수씨(101)와 김용화씨(90)도 함께했다.
1918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김한수씨는 스물 여섯살이 되던 1944년 나가사키의 미쓰비시 조선소에 징용됐다. 열악한 식사와 강압적 환경을 견디며 일했고, 1945년 나가사키 원폭투하 당시 폭심지에서 3km 떨어진 작업장에서 일했다.
김씨는 이날 "사람 아닌 짐승과 같은 대우를 받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항상 인간은 뉘우침을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며 "돈을 받지 않는다고 굶어죽기야 하겠냐만, 과거에 잘못한 건 사과해서 끝나는 게 아니고 현재 변상으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용화씨는 1929년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후쿠오카 일본제철의 야하타제철소로 징용됐다. 어린 나이에 온갖 청소와 막노동을 했으며, 앞니가 부러지는 고초도 겪었다.
김씨는 취재진에게 "힘 있는 자는 힘없는 자를 보호하고 이끌어주고 해야 하는데, 강대국이었던 일본은 (우리를) 노예화했다. 우리 여자들을 군인들 위안부로 삼고, 남자들은 끌려가서 자기 기업체의 노예(로 부렸다)"라며 "인류사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마땅히 변상 보상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 대리인단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2005년에 이뤄졌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의 추가 소송이다. 당시의 소송은 2018년 재상고심에 해당하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했는데 Δ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돼 허용될 수 없음 Δ대한민국은 이 사건 당사자이므로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짐 Δ구 일본제철과 신일철주금은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임을 요지로 했다.
대리인단 관계자는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뿐만 아니라, 일본 가해 기업의 대상을 확대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의 공식적인 사과와 자발적인 피해보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분들의 상황은 개인이 우발적으로 당한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 전체가 나서야 할 문제"라며 "작년 대법원 판결 나온 이후 곳곳에서 소송 제기하는 움직임 일어났고, 지난해부터 승소판결 받는 원고들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