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주일의 '중간날', 일상에 지치기 시작하는 수요일. 희망찬 사연과 함께 잠시 따뜻함을 느끼시길...
서울로 일하러 간 어머니를 찾아 무작정 상경했다 실종아동이 된 조모씨. 미국으로 입양됐다 35년 만에 눈물의 상봉을 했습니다.
1980년 당시 조씨와 세 살 터울인 형은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경기 안산의 외할머니댁에 맡겨졌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따로 살면서 식당에서 일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던 형제는 외할머니에게서 쌈짓돈을 빌려 어머니가 일하고 있다는 영등포의 식당을 찾아 무작정 버스에 올랐습니다.
형제는 영등포 일대를 헤매고 돌아다녔으나 어머니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붐비는 인파 때문에 서로의 손을 놓쳐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각각 보육시설로 보내졌습니다.
아이들이 없어진 사실을 안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하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어머니의 노력은 3년 만에 결실을 봐 형을 찾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동생의 행방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동생이었던 조씨가 가족들과 이별한 이듬해(1981년) 미국으로 입양됐기 때문입니다.
조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수한 실종아동 찾기 전문가 이건수 교수는 조씨가 입양되기 전에 있었던 보호시설의 자료를 먼저 확인습니다. 신상카드에는 “쓰레기통을 사랑하는 아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형과 헤어진 조씨가 서울역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음식물을 찾아 먹고 지내 기록한 내용입니다.
또 어렴풋이 생각나는 형의 이름도 발견됐습니다. 신고 내용과 가족관계, 실종 원인 등을 단서로 전국 동명인 수천명을 추적조사 했습니다. 그리고 조씨의 진술과 가족의 신고 내용이 대부분 일치하는 가족을 확인했습니다.
가족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조씨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곧장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인천공항에서 어머니, 형과 감격의 상봉을 했습니다. 가족들은 오랜 세월이 무색하게 서로를 알아봤습니다.
조씨는 열심히 연습한 한국말로 "미안합니다. 어머니 잘못이 아닙니다"라며 어머니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35년 만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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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