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72정 빨리 인양해주세요" 39년간 애타는 유가족들

입력 2019.04.03 12:06수정 2019.04.03 17:08
"5월까지 기다리라는 건 50년을 기다리라는 말"
"속초 72정 빨리 인양해주세요" 39년간 애타는 유가족들
1980년 임무수행 중 침몰한 속초 72정 순직 대원들.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속초 72정 빨리 인양해주세요" 39년간 애타는 유가족들
속초해양경찰서는 2일 강원도 속초해경서 대강당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72정 탐색 중간 브리핑'을 개최하고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함미 포탑(포거치대) U자형 부분(왼쪽)과 함미 포대(포 주변 강철판) 부분(속초해양경찰서 제공) 2
"속초 72정 빨리 인양해주세요" 39년간 애타는 유가족들
속초해양경찰서는 2일 강원도 속초해경서 대강당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72정 탐색 중간 브리핑'을 개최하고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해저면 영상자료. (속초해양경찰서 제공) 2019.4.2/뉴스1 © News1
"어르신께 인양 준비 중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속초=뉴스1) 고재교 기자 = "형님을 육지로 모시기 전에는 못 돌아가신답니다."

강원 고성 앞바다에서 72함정이 침몰한지 39년이 지났다.

강원 태백에 사는 최종선 할머니(91)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아들이 있다는 생각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 할머니의 아들이자 당시 21세였던 이진상 이경의 동생인 의상씨(57)는 "어머니께선 지금도 (72정을) 왜이리 늦게 건지느냐고 물으신다"며 "아버지는 사건 이후 충격으로 약주를 드시다 20년 전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정신력으로 버티고 계시다"고 전했다.

최 할머니는 현충일마다 속초 현충탑에서 열리는 추념식에 참석했지만 이제는 거동이 불편해져 그나마 인근에 있는 태백 현충탑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어머니가 자다가도 형님 이름을 부르며 벌떡 일어나시고, 형님 얘기하시며 눈물 흘리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72정 선체 인양을 기다리는 유가족 중 부모들은 대부분 타계했고 현재 90대 2명만 남았다. 이들은 살아있을 때 72정을 바다 밖으로 꺼내 자녀들을 현충원에 안장하는 게 소원이다.

미망인과 그들의 형제, 자녀들도 선체인양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난 2일 해경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확인을 위해 5월까지 더 기다려야한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연세 많은 어르신께 이같이 전달하지 않고 '배를 건지려 준비하고 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더 기다려야한다는 말이 어르신들을 더 힘겹게 할까 우려해서다.

이씨는 "하루가 급한데 5월까지 기다리라는 건 50년을 기다리라는 말 같다"며 "5월까지 못 기다린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해경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72함정은 1980년 1월23일 오전 5시20분쯤 강원 고성 거진 앞바다에서 어로보호 경비임무를 수행하던 중 기상불량 등 원인으로 200톤급 207함과 충돌해 침몰했다.

이 사고로 72정에 타고 있던 경찰관 9명과 전경 8명 등 승조원 총 17명이 전원 실종됐다.


유가족들이 72함정 인양과 함께 유골수습, 사건진실 규명을 지속 촉구한 끝에 지난달 4일 탐색작업이 시작됐다.

해경은 지난달 27일까지 침몰 추정 해점에 대한 탐색작업을 마치고 확인된 의심물체에 대한 정밀탐색작업을 28일부터 진행해 이달 2일 선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다만 확정을 위한 정밀수색을 하려면 장비 수리 등으로 5월까지 기다려야한다는 해경 입장에 유가족들은 기다릴 수 없다며 선체를 바로 인양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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