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직 의사가 간호사를 사칭해 ‘의대 증원 반대’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의과대학교의료원 소속으로 표시된 A씨는 최근 ‘국민들은 귀족을 혐오하면서 동시에 귀족이 되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는 “내가 간호사인데도 불구하고 의대 증원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글을 써보며 설득해보려 했지만 그저 되돌아오는 답변은 밥그릇이었다”며 “의사집단 내에서도 혐오하는 ‘의사면허 가진 범죄자’를 일반화하는 국민이 답답하다”고 적었다.
이어 “나도 얼마나 정부에 놀아났는지 한편으로는 반성이 된다”며 “한국전력 적자, 철도 파업 등에 대해 내 불편함만 생각하고 손가락질한 것을 후회한다. 이들을 자극해 실리를 얻으려 한 정부가 너무 똑똑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가 같은 아이디로 과거 ‘의사’로 고충을 토로하는 글을 쓴 사실이 밝혀져 상황이 반전됐다.
A씨는 과거 다른 글에 댓글을 달면서 “이글을 보고 필수과 수련을 중단하고 타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며 “저도 사명감을 갖고 들어왔지만 오히려 현장은 몸을 갈아 넣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고 교수직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필수 의료는 답이 없다”며 “제가 살린 분들에게도 욕을 먹고 있으니 현타(허탈함)가 온다. 정부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필수의료의 희망은 없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행동에 불참한 전공의 명단 작성을 지시했다는 ‘블랙리스트’ 문건이 확산되는가 하면, 이처럼 의사임을 사칭하거나 의사가 아님을 사칭하며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흑색선전도 늘어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