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걸리자 "나 서장인데" 배지 내민 경찰서장의 최후

입력 2022.12.08 06:01수정 2022.12.08 10:18
기사내용 요약
골프카트 도로 주행으로 보안관에 단속되자
배지 보여주며 "경찰서장인데 그냥 보내달라"
영상 공개 뒤 논란 커지자 5일 사직서 제출
95년에도 남친 음주단속 걸리자 보안관 폭행해
단속 보안관실 "원래 주의만 주고 끝낼 사안"

단속 걸리자 "나 서장인데" 배지 내민 경찰서장의 최후
지난 11월12일 플로리다주 피넬러스 카운티에서 단속에 걸린 탬파 경찰서장 메리 오코너(뒤편 여성)가 경찰배지를 제시하는 모습. 출처: 미국 플로리다 피넬러스 카운티 보안관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광원 기자 = 미국에서 번호판을 달지 않은 골프 카트를 타고 도로를 주행해 교통법규를 어긴 경찰서장이 단속 중인 보안관에게 “경찰서장인데 그냥 보내달라”고 부탁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자 사임했다.

탬파 경찰국에 따르면 오코너는 지난 11월 12일 저녁 플로리다주 피넬러스 카운티의 한 도로에서 남편이 운전하던 골프 카트 조수석에 타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 미부착으로 보안관에게 적발됐다.

공개된 보디캠 영상을 보면 카트를 멈춰 세운 보안관이 다가오자 운전석에 있던 오코너의 남편이 "골프 클럽에 들렀다 뭘 좀 싣고 오느라 그랬다"며 카트를 몰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오코너가 보안관에게 "보디캠이 작동 중이냐"고 물은 뒤 "탬파 경찰서장입니다"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곧이어 오코너는 경찰 배지를 꺼내 보안관에게 보여주며 "오늘은 우리를 그냥 보내줬으면 좋겠다(I’m hoping you’ll just let us go tonight)"라고 부탁했다.

보안관이 "알겠다"며 두 사람을 보내주려고 하자 오코너는 자기 명함을 건네며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달라, 진심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속 걸리자 "나 서장인데" 배지 내민 경찰서장의 최후
지난 11월12일 단속에 걸린 탬파 경찰서장 메리 오코너(뒤편 여성)가 단속 보안관에게 명함을 건네는 모습. 출처: 미국 플로리다 피넬러스 카운티 보안관실 *재판매 및 DB 금지

오코너가 자신의 직위를 언급하며 특혜를 요구하는 듯한 이 장면은 보안관 보디캠에 녹화됐으며, 지난 1일 탬파 현지언론이 보도하며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오코너는 언론보도에 앞서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잘못된 판단이었으며, 압력을 행사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관련 보도가 잇따르고 유명 토크쇼에 소재로 등장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사임했다.

NPR 방송에 따르면 정직 상태로 사건 조사가 진행되던 오코너는 5일 제인 캐스터 탬파 시장의 요구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캐스터 시장은 사표 수리 사실을 밝히며 "법을 집행하는 최고위직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단속 걸리자 "나 서장인데" 배지 내민 경찰서장의 최후
지난 3월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 경찰서장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메리 오코너. 출처: City of Tampa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3월 서장에 취임한 오코너는, 청문 과정에서도 과거 경찰 신분으로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으로 애를 먹었다.

현지언론에 따르면 오코너는 30년 전인 1995년 남자친구가 음주 단속에 걸리자 이를 방해하다 경찰차 뒷자리에 격리됐으며, 이후에도 앞 좌석에 앉은 보안관을 폭행해 해고됐다가 복직한 바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던 남자친구는 다름 아닌 이번에 골프 카트를 운전한 남편 마이클 오코너였다.

단속 걸리자 "나 서장인데" 배지 내민 경찰서장의 최후
12월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피넬러스 카운티 보안관 구알티에리가 오코너 단속과 관련한 기사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출처: 미국 플로리다 피넬러스 카운티 보안관실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오코너를 단속한 피넬러스 카운티 보안관실은 단속 보안관이 특혜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냥 보내줄 만한 경우였다"며 해당 보안관보(sheriff's deputy)를 징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알티에리 피넬러스 카운티 보안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보안관이 차량을 정차시킨 사례 중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골프 카트의 도로 주행은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고 끝내는 사안"이라며 현장에 있던 보안관보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견을 반박했다.

구알티에리는 "지난해 보안관이 차량을 정차시킨 86,146건 중 실제 과태료 부과는 17%인 15,305건에 그쳤다"며 "문제는 오코너 서장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특별대우를 요구한 것이다"라며 보안관보를 옹호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 교통법규 상 시속 20마일(32km)을 넘는 골프 카트는 '저속차량'으로 분류되어 번호판을 달아야 하지만, 각 카운티와 도시별로 규정이 달라 사실상 비범죄 교통법규 위반으로 간주해 느슨하게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8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