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차량 10m 운전해 접촉사고 냈는데 무죄... 왜?

입력 2022.09.18 08:00수정 2022.09.18 08:21
기사내용 요약
경찰 출동 당시 차량 기어 '주행' 상태
목격자가 사고 알렸는데 정신 못 차려
"의도적 기어·브레이크 조작, 단정 어려워"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무죄

만취 상태로 차량 10m 운전해 접촉사고 냈는데 무죄... 왜?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만취해 10m가량 차를 몰아 주차 차량에 접촉 사고를 낸 혐의를 받은 운전자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3단독 박지연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를 받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9일 오전 5시55분께 경남 창원시의 한 도로 앞에서 약 10m 구간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2%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발생 약 2시간 전 일행과 함께 차에 탑승했다. 그의 지인이 운전석에, A씨는 조수석에 앉았다.

2분 후 지인이 호출한 대리기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차에 접근했다가 돌아갔고, 이어 지인도 운전석에서 내려 택시를 탔다.

혼자 남은 A씨는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2시간이 지나 차량은 매우 느린 속도로 미끄러지듯 10m가량을 이동해 앞에 주차돼있던 차량과 부딪쳤다.

사고 후 목격자가 차 안에 잠들어있는 A씨에게 사고 사실을 알렸지만, A씨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시 잠들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분 후 경찰이 출동했을 때도 A씨는 여전히 운전석에 잠들어 있었으며, 경찰이 차량에서 내리게 했을 때에도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경찰 출동 당시 차량의 기어는 'D(주행)'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기어가 주행 상태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음주운전을 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고의의 (음주) 운전행위'를 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며 "여러 사정을 비춰볼 때 A씨가 의도적으로 기어나 브레이크를 조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 판사는 "차량이 이동할 때 A씨가 가속 페달을 밟거나 운전대에 특별한 조작을 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차량 앞에는 전방 차량이 주차돼 있고, 오른쪽에는 인도가 있었다. 만약 A씨가 의도적으로 운전을 하고자 했다면 운전대를 왼쪽으로 조작했을 텐데, 차량의 움직임은 이와 전혀 달랐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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