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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격 인상 비판 여론에 타사 공개 저격하는 식품 회사들 "저 회사는..."

입력 2022.09.16 12:49  수정 2022.09.16 13:23
기사내용 요약
오뚜기, 16일 라면값 인상 발표하며 "농심·팔도, 더 많이 올려" 타사 직접 거론
보도자료에 경쟁사 실명 직접 명시 '이례적'…"최근 물가인상 비판 여론 의식한 듯"
통상 업계 후발 기업, 선도 업체 추격 위해 '사실상 특정'해 비교하는 사례도

가격 인상 비판 여론에 타사 공개 저격하는 식품 회사들 "저 회사는..."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오뚜기가 원재료 가격 인상과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인건비, 물류비에 1일 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2021.08.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16일 오전 한 라면 업체 보도 자료가 식품 업계의 화제가 됐다.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 자료였다. 이미 어느 정도 도미노 인상이 예고 됐던 터라 내용 자체보다, 이례적으로 경쟁사를 '공개 저격'한 부분이 입방아에 올랐다.

이날 오뚜기는 다음달 10일 부로 '진라면' 등 라면류의 출고가를 평균 11.0%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13년 만에 가격 조정을 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표 자료 말미에 "앞서 농심은 9월 15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올리고, 팔도는 10월 1일 부터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며 "2008년 이후 라면 4사의 가격 인상은 오뚜기가 2회로 가장 적었고 농심과 팔도가 각 4회, 삼양식품이 3회 인상했다"고 상세히 부연했다. 아직 삼양식품은 인상 대기 중이다.

통상 기업 보도 자료에는 자사 제품에 관련한 사항만 적시하고, 나머지 '해석의 영역'은 언론 등 외부에 맡기는 관행과는 상당히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더욱이 경쟁사 영문 이니셜도 아닌 '실명'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오뚜기는 2021년 13년 만에 라면값을 올렸지만 인상률은 지난해 11.9%, 올해 11%로 적지 않았다. 농심·팔도 등은 이번 자료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식품 업계에선 "룰이 깨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식품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오뚜기가 이 같은 이례적 방법론을 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비슷한 경쟁 제품이 많은 '서민 식품' 라면 특성상 가격 인상 후 수요 하락 우려가 있는데, 경쟁사들 보다 상대적으로 인상 횟수가 적다는 점을 다시 한번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선 "황상만 현 오뚜기 대표이사 사장이 계열사 '오뚜기라면' 출신이다보니 라면 사업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식품 업계에선 후발 주자들이 뒤늦게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기존 선도 기업들을 알파벳 이니셜이나 우회적인 방식으로 거론하며 신제품의 '비교 우위'를 내세우는 경우는 많았다.

과거 2012년 남양유업이 커피믹스 사업에 나서며 "우린 프림에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넣지 않았다"며 '절대 강자' 동서식품 맥심을 공개 저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카제인 나트륨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학계의 공식 입장이 잇따르면서 남양유업의 네거티브 마케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된 바 있다.

최근에도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지난 7월 대체육 '베러미트' 신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사 캔햄'이 공장식 사육 방식으로 길러진 고기에 아질산나트륨 등 식품 첨가물로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그 캔햄은 사실상 'CJ제일제당 스팸'을 특정한 것이었다.
1일 허용 섭취량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양의 아질산나트륨이 스팸에 들어갔음에도, 극단적인 사례를 들며 위해성을 강조해 '네거티브 전략'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도 즉석밥·라면 등 신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사 제품들의 '화학 첨가물' 등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홍보 방식을 쓴 바 있다.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물가 인상에 업체 간 경쟁도 심화하면서 자사 제품을 띄우면서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쉬운 방법으로 네거티브 마케팅을 택하는 사례들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이지 않고 자칫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져 업계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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