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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투표소 따라 복불복" 비밀투표 못하는 시각장애인들

입력 2022.05.31 15:28  수정 2022.05.31 17:00
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기준 등록 시각장애인 25만2000여명
사전투표 때 직접·비밀투표 못한 사례 잇따라
투표소마다 점자보조용구 제공도 제각각
"직접·비밀 선거 원칙 보장해야" 개정안 발의

"투표소 따라 복불복" 비밀투표 못하는 시각장애인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1일 앞둔 지난 2월26일 서울 용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거소투표용지 등 발송 작업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투표보조용구'를 확인하고 있다. 2022.02.2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임하은 기자 = #1. 서울 동작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27일 자신이 살고 있는 관내 투표소로 사전투표를 하러 갔다. A씨는 서울시장, 구청장, 시·구 비례대표의 경우 점자보조용구를 받아 투표했는데, 서울시 교육감은 점자보조용구를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동행인과 함께 투표를 해야했다.

#2. 시각장애인 B씨는 점자보조용구로 스스로 투표를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사전투표에 나섰다가 비밀투표를 하지 못했다. 해당 투표소에서는 관외의 경우 점자보조용구가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관위 직원이 참관한 상태에서 동행한 가족이 A씨 대신 도장을 찍어줬다.

31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당시 시각장애인들이 비밀투표를 보장받지 못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비밀투표는 복불복"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에 하루 앞으로 다가온 본투표에서는 점자보종용구를 이용한 시각장애인들의 비밀투표가 잘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등록 시각장애인은 25만2000여명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1일 지방선거일에는 시각장애인의 투표를 돕는 점자보조용구가 모든 투표소에 비치된다. 원칙상 모든 투표소에서 시각장애인의 투표가 가능하다. 시각장애인은 투표소에서 종이로 된 봉투 같이 생긴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따로 제공받아 기존 투표지를 넣어 투표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사전 인지가 덜 돼 있어 보조용구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 당시에도 선거사무원이 점자보조용구 사용의 원칙이나 동행인 규정을 알지 못해 장애인들이 직접 설명을 해줘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당사자들은 설명한다.

이미 지난 27~28일 진행된 사전투표 때는 비밀투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관외 투표소의 경우 점자보조용구가 지급되지 않아 반드시 동행인과 함께 투표를 해야했다.

이처럼 점자보조용구 구비 여부나 선거사무원들의 사전 인지 정도가 제각각이라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비밀투표 권리가 "복불복"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투표소 따라 복불복" 비밀투표 못하는 시각장애인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송파2동 주민센터 헬스장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2022.05.27. kch0523@newsis.com

서울시각장애인 동대문지회장을 맡고있는 최상민(42)씨는 "선거하는 투표소마다 점자보조용구에 대해 다 다른 규정을 내세운다. 어떤 곳은 한번 쓴 보조용구를 폐기하지 않고 다시 가져가는 곳도 있다. 선에 걸쳐 투표하게 되면 빨간 잉크가 보조용구에 묻어 비밀선거에도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그 자리에서 직접 찢어 폐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는 투표 칸의 크기가 작아 제대로 투표했는지를 분간이 어렵거나, 코로나19로 비닐장갑을 끼고 하면 칸 테두리가 느껴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호소도 높다.

최씨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누구를 찍을까'라고 말하는 것과 실제 투표 과정에서 보게 되는 건 다르다.
선거의 4대 원칙 중 비밀선거에 위배되기 때문에 정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시각장애인의 직접·비밀선거가 보장될 수 있게 선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의원은 지난 30일 시각장애인의 알권리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점자형 선거 공보물 등을 의무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iny7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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