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비판'으로 징역 2년 받았던 러시아 女가수, 모스크바 탈출하면서 위장을...

입력 2022.05.11 12:10수정 2022.05.11 14:35
기사내용 요약
10년전 푸틴 비판 공연, 징역 2년 선고받아
구금에 음식 배달원으로 위장해 국경 넘어

'푸틴 비판'으로 징역 2년 받았던 러시아 女가수, 모스크바 탈출하면서 위장을...
[서울=뉴시스] 10일(현지시간) 러시아를 탈출한 러시아 5인 여성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33)의 모습이다. (사진=마리아 알료히나 인스타그램 갈무리) 2022.05.1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수진 인턴 기자 = 10년 넘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온 러시아 록밴드 '푸시 라이엇' 리더가 경찰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5인 여성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33)는 이달 초 음식 배달원으로 위장해 러시아를 탈출했다.

모스크바 법원은 지난달 말 알료히나에 대해 집행유예 기간 위반으로 구금을 명령했다. 알료히나는 21일간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었지만, 모스크바 경찰에 잡히기 전 러시아를 탈출했다.

지인 아파트에 숨어 지내던 알료히나는 밖에 있던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음식 배달원으로 위장했다. 이후 지인 도움으로 벨라루스 국경으로 이동했다.

출국 과정은 쉽지 않았다. 세 번의 시도 끝에 벨라루스 국경을 넘었고, 아이슬란드 출신 지인의 도움으로 유럽연합(EU) 시민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문서를 받아 리투아니아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알료히나는 국경 수비대가 자신을 러시아인이 아닌 유럽인으로 생각해 더 나은 대우를 해줬다고 조소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마법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며 "스파이 소설 같다"고 회상했다.

'푸틴 비판'으로 징역 2년 받았던 러시아 女가수, 모스크바 탈출하면서 위장을...
[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 러시아 록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 지난 2012년 2월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그리스도 구세주 성당에서 공연하는 모습. 2022.05.11. *재판매 및 DB 금지

2011년 결성된 푸시 라이엇은 다음해 2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러시아 정교회 구세주성당 제단에 올라가 복면을 쓰고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는 노래를 불러 명성을 얻었다.

이 일로 알료히나는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폴 매카트니, 마돈나 등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푸시 라이엇은 지난 2013년 12월 가석방됐으며, 이후 러시아 범죄 및 처벌을 탐사보도 하는 독립 언론 미디어존(Mediazona)을 설립했다.

밴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크로아티아-프랑스 결승전에 난입해 정치범 석방과 시민 발언 자유를 위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멤버들은 이후에도 수년 동안 정부 제재를 받았고, 알료히나는 지난해 여름 이후 6번 추가 구금되기도 했다.

알료히나는 최근 "러시아는 더 이상 존재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침공 이전에도 조국이 얼마나 단결됐는지, 무엇을 가치로 삼았는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탈출에 성공한 알료히나는 오는 12일부터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기금 마련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알료히나는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마음이 자유롭다면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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