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해"... 자식 없는데도 '정관수술' 결심하는 남성들

입력 2022.01.13 16:28수정 2022.01.14 10:01
기사내용 요약
선택적 불임하는 남성 증가하는 추세
기후 위기 해결하려는 개인적 시도로

"지구를 위해"... 자식 없는데도 '정관수술' 결심하는 남성들
[아르헨티나=AP/뉴시스] 한 관광객이 2021년 11월 1일 아르헨티나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를 보고 있다. 2021.11.02. <*해당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재민 인턴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환경 보호'를 위해 불임 수술을 받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자식이 없는 남성들이 '아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그 원인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 에식스 카운티 의회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로이드 윌리엄슨(30)은 지난 11월 정관 수술을 받았다. 인구가 증가할수록 화석 연료 사용이 많아져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리라는 판단에서 오랜 고민 끝에 한 결정이었다.

윌리엄슨은 어릴 때는 자신도 남들처럼 자식을 갖고 가족과 함께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점점 더 오염돼가는 자연환경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동시에 오염된 환경에서 자식을 키우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에는 더이상 인구가 필요하지 않다"며 "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가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불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 문제를 다음 세대로 떠넘기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자식이 없는 친구들이 정관 수술을 결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한 연구에 따르면 자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가 아이를 한 명 적게 갖는 것이다. 아이 한 명을 적게 낳음으로써,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삶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25배 이상 줄일 수 있다.

현재까지 약 4만 건 이상의 정관 수술을 한 호주 의사 닉 데메디우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정관 수술을 해온 의사로 알려져 있다. 데메디우크는 매년 진료하는 환자 4000명 중 약 200명은 아이가 없는 젊은 남성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 중 약 130명은 '지구를 위해서' 수술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아이가 없는 젊은 남성'이 정관 수술을 받는 것이 순전히 생활방식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자유롭게 세계를 여행하고,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또 아이와 얽매이지 않기를 원하는 남성들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3~4년 동안 기후 위기 때문에 수술을 받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정관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모두 육아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 사는 IT 기술자 로드니 폴(26)은 지난 6월 집 근처 병원에서 정관 수술을 받았지만, 그는 아내 캐리와 아이를 입양하기로 했다.

폴은 최근 기후 위기의 결과로 최악의 토네이도가 불었을 때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토네이도가 불었을 당시 10일 동안 전기가 끊겼다"며 "이웃들이 아이들에게 먹일 우유를 냉장고에 보관하기 위해 발전기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 위기는 인간으로 초래됐으며, 그 피해 역시 인간이 보는 악순환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윌리엄슨 역시 언젠가 자신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미 세상에는 아이들이 많다"며 "이미 태어난 아이들과 가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혈연관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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