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때 유괴당한 男, SNS에 올린 한 장의 그림에 "혹시..."

입력 2022.01.03 12:29수정 2022.01.03 15:10
기사내용 요약
4살에 동네에서 유괴돼…매일 고향 그려
친어머니 극적 상봉, 아버지는 이미 운명
중국 매해 유괴 약 2만 건, 男兒 선호 영향
4살때 유괴당한 男, SNS에 올린 한 장의 그림에 "혹시..."
[서울=뉴시스] 지난달 24일 리징웨이가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사진이다. 리징웨이가 1989년 유괴되기 직전까지 살던 동네를 기억에 의존해 재현한 그림으로, 그는 33년간 해당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갖고 있다. (출처 : 웨이보 화면 캡처) 2022.01.03.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진경 인턴 기자 = 최근 중국에서 한 남성이 매일 그리던 그림 한 장으로 친어머니와 해후했다. 33년 전 유괴된 후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이었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중국 남부 윈난성 자오퉁시에서 리징웨이가 1989년에 유괴되기 전까지 살던 동네를 그린 그림과 함께 자신의 사연을 적어 지난해 12월 24일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유괴 당시 4살이었던 리징웨이는 자신이 살던 지역이나 길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매일 그린 그림 한 장 덕에 1800㎞ 떨어진 곳에 살던 친어머니와 상봉했다.

다른 지역에서 유괴당한 이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친부모와 재회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징웨이가 그림을 찍어 올렸던 것이다.

리징웨이의 그림은 1989년에 허난성 란카오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여성이 사는 동네 전경과 일치했다.

지난 1일 극적으로 상봉한 리징웨이와 친어머니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시 한번 가족임을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며칠 전, 모자는 영상통화를 통해 미리 만났다.

리징웨이는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엄마가 울었다"라며 "(엄마를) 한눈에 알아봤다. 엄마 입술과 치아가 나와 똑같이 생겼다"라고 했다.

4살때 유괴당한 男, SNS에 올린 한 장의 그림에 "혹시..."
[서울=뉴시스] 지난 1일 33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리징웨이와 그의 친 어머니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다. (출처 : 웨이보 화면 캡처) 2022.01.03. *재판매 및 DB 금지

리징웨이는 앞서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고향 동네를 그리는 게 습관이 됐다"고 전한 바 있다.

리징웨이는 4살 때부터 매일 고향을 그리워하며 동네 전경을 그렸다. 그림 덕에 나무와 돌, 길과 하천의 모양 등 고향 동네의 세세한 부분까지 리징웨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리징웨이는 가족의 외형적 특징도 잊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징웨이는 33년 전 한 대머리 남성이 자신을 납치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리징웨이는 40대로 추정되는 남녀에 새 옷을 받아 입고 기차에 태워져 2일가량을 이동했다.

도착한 곳에서 리징웨이는 입양 가정을 만났다. 리징웨이는 입양 가정이 그에게 잘 대해줬으며, "한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라고 전했다.

리징웨이의 친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남동생은 여전히 고향에 살고 있다고 알려졌다.

4살때 유괴당한 男, SNS에 올린 한 장의 그림에 "혹시..."
[서울=신화/뉴시스] 중국에서 2살 때 유괴당한 아들을 찾아 24년 간 거리를 헤맨 남성이 마침내 아들을 찾아 중국 전역에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에 주연을 맡은 홍콩 배우 유덕화가 재회한 가족에게 축하를 전달하고 있다. 2021.07.13.

중국에서 유괴당한 어린이가 수십 년 만에 친부모를 찾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산둥성에서 유괴당한 아들을 찾기 위해 한 남성이 24년간 오토바이를 타고 50만㎞를 헤맨 끝에 극적으로 아들과 상봉했다.


해당 사연은 지난 2015년 홍콩 배우 유덕화 주연의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로 제작돼, 중국 내 아동 인신매매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에서 매년 약 2만 명의 어린이가 유괴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유아 유괴 범죄 중 다수가 남아 선호 풍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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