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살인 용의자에게 중국인들이 응원 보내는 이유

입력 2021.10.18 16:12수정 2021.10.18 16:15
30년 전에 미담도...
기사내용 요약
中 푸젠성서 이웃과 주택 분쟁으로 살인사건
분쟁 조정 원했지만 지방 정부 부패로 '무관심'
수배범에 동정여론…"도망가라" 반응 이어져

2명 살인 용의자에게 중국인들이 응원 보내는 이유
[서울=뉴시스]중국 당국은 지난 10일 주택 분쟁 문제로 이웃 2명을 죽이고 달아난 혐의로 어우진중(Ou Jinzhong·55)을 수배하고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출처: CNN 홈페이지 사진 캡쳐> 재배포 및 출고 금지. 2021.10.18.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중국 남부 푸젠성에 사는 어우진중(Ou Jinzhong·55세)이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수배 중인 가운데 많은 중국인들은 공공연히 그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어우진중을 향해 "도망가라. 남은 인생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와 같은 글이 쏟아졌다.

살인죄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국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수배자에게 동정과 지지가 쏟아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어우진중이 동정받는 건 그가 수년 간 이웃 주민과 주택 분쟁에 시달려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에서다.

어우진중의 웨이보와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 5년 동안 89세의 어머니를 포함한 그의 가족은 집이 없었다. 그들은 푸톈시의 해변 마을에 있는 작은 양철 판잣집에 살았다.

어우진중의 웨이보 게시물을 보면 2017년 어우진중이 새 집을 짓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이웃과 갈등이 시작됐다. 그는 공식적으로 재건축 신청을 승인받고 오래된 집을 철거했지만, 이웃이 계속 공사를 방해했기 때문에 새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지난 10일 태풍으로 어우진중의 오두막집을 덮고 있던 양철 시트가 찢어지면서 해당 이웃과 말다툼을 벌였고, 상황은 악화되었다고 한다.

2명 살인 용의자에게 중국인들이 응원 보내는 이유
[서울=뉴시스]어우진중이 살던 부실한 판잣집 사진이 중국 SNS 웨이보에 공개되며 동정 여론을 끌어냈다. <사진출처: CNN 홈페이지 사진 캡쳐> 재출고 및 배포 금지. 2021.10.18.
어우진중의 판잣집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오자 여론은 충격에 빠졌다. 네티즌들이 판잣집 양철 시트가 찢어져 얇은 뼈대와 플라스틱이 드러난 모습을 보자 동정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또 그가 30년 전 바다에 빠진 어린 소년을 구하고 2008년 두 마리의 돌고래를 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이 같은 여론은 더욱 급증했다.

어우진중의 집 안에서 발견된 담배 포장지 뒷면에는 공산당 기관, 정부 부서, 국영 언론 매체, 여러 내부 고발 핫라인 등 수십 개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어우진중은 올해 초 주택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웨이보도 개설했다. "정부가 서민을 보호해야 하지 않나. 부자들과 권력자들은 왜 그렇게 거만할까?" 그는 지난 1월 게시물 해시태그에 지역구와 시 당국을 언급하며 물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그가 살인 혐의로 뉴스에 나오기 전까지 공식적인 반응과 대중의 관심은 전무했다.

중국 내 여론은 어우진중이 구세주에서 살인 용의자로 변모한 것이 오랫동안 중국 지방 정부를 병들게 한 권력 남용, 관료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병폐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평론가는 웨이보에서 "정상적인 사회는 법을 준수하는 시민을 절망으로 몰아넣거나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도록 놔둬선 안 된다. 만약 그들이 모든 법적 수단을 썼는데도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그들의 사적 보복이 광범위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류샤오위안 인권 변호사는 어우진중에 대한 동정심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고 했다. 류샤오위안 변호사에 따르면 중국 시골 지역에서 토지 분쟁은 흔하게 일어난다.

그는 "이번 사건은 지방 정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어우진중의 경우, 만약 정부 부처가 개입했다면 그는 살인의 길로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agai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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