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문제로 치매 노인과 다툰 장애인, 그 비극적 결말

입력 2021.09.09 16:16수정 2021.09.09 16:52
아니 사람을 그렇게 해치면 아니되죠
기사내용 요약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모두 "정당·과잉방위 아냐"

땅 문제로 치매 노인과 다툰 장애인, 그 비극적 결말
(출처=뉴시스/NEWSIS)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부동산 문제로 갈등을 겪던 80대 치매 노인을 숨지게 한 50대가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피해자의 폭행과 부당한 침해 행위에 대항했다며 정당·과잉방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진 공격행위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살인·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3년을 명령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12일 오후 6시 30분께 전남 나주시 자택에서 다투던 B(80)씨를 주먹·유리병·온풍기로 마구 때리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창고에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의 퇴비 창고를 지어주는 대가로 토지를 이전받았으나, B씨가 여러 차례 토지 반환을 요구하자 불만을 품고 있었다.

A씨는 범행 당일 토지 반환을 요구하던 B씨와 다퉜다. A씨는 B씨로부터 먼저 폭행을 당하자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지체 장애가 있고, B씨는 치매를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리를 피했는데도 무단 침입한 B씨의 폭행으로 머리를 다쳤고, 부당한 침해 행위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다'며 정당방위와 면책적 과잉방위를 주장했다. 술에 취한 상태였다며 심신 미약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목을 조른 행위가 종료되기 전 시점에 이미 B씨의 폭행이 제압됐을 것으로 보인다. B씨를 제압한 이후로는 방어가 아닌 공격행위"라고 봤다.

또 "A씨는 B씨의 목 앞쪽 연골이 부러질 정도로 목을 졸라 살해했고, 창고에 유기·은닉했다. 범행 30분 만에 B씨가 타고 온 트랙터를 숨기고, 증거도 인멸했다"며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9명 모두 정당·과잉방위로 볼 수 없다며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이므로 A씨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 유족의 엄벌 탄원, A씨가 범행의 객관적 사실을 인정·반성하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dhdrea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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