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감다 숨진 군인, 40년 만에 순직 인정되자 유족이..

입력 2021.06.22 06:03수정 2021.06.22 06:28
법원 "사인 불명확..판단 어려웠을 것"
머리감다 숨진 군인, 40년 만에 순직 인정되자 유족이..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군대에서 머리를 감다가 쓰러진 후 사망한 사건을 국가가 40년이 지나서야 순직으로 인정하자 유족이 뒤늦은 순직 처리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부장판사 황순현)는 고(故)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76년 8월 제1군단 소속 병장으로 근무하던 중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쓰러져 응급후송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A씨는 두 달 뒤 갑작스러운 호흡장애와 혈압 상승으로 결국 숨을 거뒀다.

당시 A씨에게 외상 등 흔적이 없어 뇌혈관의 급작스러운 장애가 사인으로 추정됐지만, 보호자들이 부검을 거부해 정확한 병명은 확인할 수 없었다.

사망 후 A씨는 '병사'로 처리됐으나, 유족은 2007년 진정을 제기했다. 육군본부 전사망 심의위원회는 2007년 8월 A씨 사망이 군무수행 중 폐색전증(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생기는 질환)으로 인한 것이 맞다며 '순직'으로 인정했다.

당시 심의위원회는 "A씨는 폐색전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높은데, 당시 의료 환경 및 의료 수준을 고려했을 때 진단 및 치료에 제한이 있어 사망과 군복무와 연관성이 인정된다는 의학적 소견에 근거에 순직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A씨 유족은 "순직 처리가 지연된 동안 유족들이 받지 못한 보훈 혜택 상당의 손해와 사망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나 소멸시효 도과로 받지 못한 손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국가를 상대로 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방부가 사후에 '순직'을 넓게 해석했다고 해서 사망 당시 순직 처리하지 않은 결정이 위법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쓰려져 의식불명돼 응급후송했다는 내용으로 발병경위서가 작성돼 있을 뿐이어서 A씨가 군무수행이나 교육 훈련 중에 발병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사망 원인도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수행이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하거나 이로 인한 발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A씨의 사망 당시에는 진상규명 불명일 경우 이를 순직으로 인정할 직접적 근거조항이 없었다"면서 "사후에 국방부 내부적으로 '순직'을 넓게 해석했다고 해 사망 당시 순직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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