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

입력 2021.06.21 16:01수정 2021.06.21 16:17
초소형 카메라, 판매금지 왜 안될까요?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최근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 범죄가 연이어 등장하며 이같은 제품의 판매·유통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판매 과정에서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 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화장실, 숙박시설, 지하철, 집 등 어디서나 불법촬영을 하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초소형 카메라 유통을 규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최근 관련 피해사실은 수사기관에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9일 여성을 상대로 차량 주행 연습을 도와주는 동안 차 안에 설치한 소형 카메라로 여성들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30대 남성 운전강사를 입건했다.

경기도 용인에서도 한 40대 남성이 지난 3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발가락 사이에 초소형 카메라를 끼우는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 여성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앞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변형된 형태의 초소형 카메라를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공유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초소형 모래카메라 내장 액자들이다. 유화 그림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활용해 카메라 렌즈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텔에서 보이면 바로 방 나와야 하는 그림들'
[서울=뉴시스]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액자 디자인의 몰래카메라.2021.06.20.(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photo@newsis.com
이처럼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촬영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은 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등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같은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름철 피서지 숙박업소를 점검하는 등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탐지 기술의 문제로 숨겨져 있는 것들을 발견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직접 카메라를 몸에 소지하고 있는 경우엔 더욱 발견이 어렵다"며 "경찰은 주로 장소를 위주로 탐지를 한다.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초소형 카메라의 판매와 유통 자체를 차단해 범죄를 막자는 요구가 커지지만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헌법상 재산권에 영업의 자유가 포함돼 있다보니 특별히 법률로 제정이 돼야만 판매 금지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초소형 카메라가 의료용도 등으로도 쓰이는 점, 모든 기기가 초소형화되고 있는 추세 등을 고려했을 때 과연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단계 물러선 방안으로 초소형 카메라 유통의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3월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변형된 형태의 카메라를 포함해 소형카메라의 제조·수입·수출·판매·구매대행 및 소지 등을 관리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법무법인 인 권창범 변호사는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 자료를 통해 "카메라 자체가 아닌 범죄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변형카메라가 범죄행위에 악용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그 유통경로에 대해 일정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건 자체를 사전규제하고 있는 법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산업계의 반발이 있어 추가적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현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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