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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변호사를 성폭행한 변호사, 극단적 선택 후...그 진실은?

피의자 사망 후 '공소권 없음' 수사 종료 논란

2021.06.09 09:01
변호사를 성폭행한 변호사, 극단적 선택 후...그 진실은?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로펌 성폭행 사건 관련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8일 서울 서초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1.06.08.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같은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변호사가 피의자 사망 후에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수사가 이뤄지도록 법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9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 A변호사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전날 대한변호사협회과 서울 서초경찰서를 차례로 방문해 B변호사 고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구체적인 결과와 판단에 대해 고지해야한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했다.

A변호사는 B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며 그를 고소했으나, 관련 경찰 조사가 진행되던 중 B변호사가 숨진 후 수사 결과에 대해 듣지 못하자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당초 서초경찰서에서는 늦어도 지난달 21일까지는 검찰로 기소의견 송치할 것이라고 알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A변호사 측이 수사결과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는 가장 큰 근거는 '2차 가해'다. 피해 사실이 객관적 조사를 통해 입증되지 않으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과 공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A변호사는 전날 배포한 호소문에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성폭행인지 화간인지 알 수 없다는 질문을 한다"며 "타살도, 사고사도 아닌 가해자 자살을 이유로 이미 이루어진 수사내용도 발표하지 않는 것은 수사기관이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를 없는 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가해자가 자살했다는 이유로 기존에 이뤄진 수사마저 무마시켜버리는 관행은 피해자를 2차 가해에 빠뜨리고 가해자를 용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성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우려하는 경우는 이전에도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사망 후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면서 겪은 2차 피해 경험을 고백했다.

그는 수사 종결 후 약 3개월이 지난 시점 "고인의 방어권 포기로 인해 피해는 온전히 제 몫이 됐다"면서 "피해사실을 인정받기까지 험난했던 과정과 피해사실 전부를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 상황을 악용해 저를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변호사를 성폭행한 변호사, 극단적 선택 후...그 진실은?
(출처=뉴시스/NEWSIS)
피의자가 사망할 시 수사가 멈추는 이유는 형사소송법 상 수사의 목적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소 대상이 사라지면 검찰이나 경찰의 조사는 종료되는 게 보통의 관행이었다.

사건이 '멈춤'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형사정책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해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간 피의자에 초점을 맞췄던 법 체계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엔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통념이 있다"며 "수사기관이 가해 행동을 분명히 밝히면 피해자가 받는 편견과 오해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것이 반드시 수사의 결론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수사 진행 및 결론 통보를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한 국회의원이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수사를 원치 않는다고 밝힌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뿐 아니라 공소시효 만료 또는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사건 등 다른 '공소권 없음' 사건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승 연구위원은 "형사 정책에 있어 한 사건에서의 공정이란 것도 중요하지만 나머지 형사소송 관련 법과의 형평도 중요하다"며 "사안에 따라 그때그때 처리를 하다보면 누더기 형사정책이 될 수 있으니 다른 '공소권 없음' 사건은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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