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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눈 파고 담뱃불 지지고 '동물학대' 실제처벌은..'황당'

이게 실화라니..

2021.06.07 14:01
눈 파고 담뱃불 지지고 '동물학대' 실제처벌은..'황당'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동물자유연대는 최근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담뱃불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길 고양이를 발견해 관련 내용을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2021.06.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최근 주인 없는 동물들이 잔혹하게 학대 당한 채로 발견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학대한 자가 경찰에 붙잡히거나 실제 처벌을 받는 경우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동물권 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최근 한 유기묘는 서울 구로구 A 아파트 단지 안에서 등과 허리 부분 4군데에 둥근 모양의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누군가 담뱃불로 지진 것으로 추정된다.

단체 관계자는 "수의사 소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고통을 느끼면 빠르게 도망가는 고양이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상처 부위가 4군데임을 고려하면 학대자는 고양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뒤 담뱃불로 상해를 입힌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서울 구로경찰서에는 학대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지난달 22일 경기 안성시에서는 유기견 한 마리가 쓰러진 채 발견됐는데 당시 유기견은 두 눈이 파여있었고 얼굴에서 진물이 흘러내리는 등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의 상태를 담당한 시 담당자는 같은달 24일 인근 동물병원에 치료를 맡겼고, 현재 유기견은 두 눈 봉합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보통 유기견이 발견되면 덫에 걸려 다리를 다치거나, 차에 치여 허리가 다치는 등의 모습인데 눈이 모두 다친 상황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키울 정도로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고 있지만 매년 13만 마리씩 버려지면서 학대사건도 덩달아 많아지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20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구조되거나 보호된 유실·유기동물은 13만401마리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 통계상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 건수는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10년 새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동물 학대 사건 기소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물 학대 가해자가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처벌 강도는 죄질에 비해 다소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기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4명 중 184명은 벌금형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39명 정도다. 이마저도 집행유예가 29명, 실형 선고는 10명뿐이었다.

실제로 동물자유연대와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 지난 1월 발간한 판례집 '동물학대 판례평석'을 보면 2017년 들고양이를 포획해 철제로 제작된 우리에 가둔 뒤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찌르고 주전자로 끓인 물을 들이붓는 등 학대한 가해자 B씨 사례가 있다.

눈 파고 담뱃불 지지고 '동물학대' 실제처벌은..'황당'
[안성=뉴시스] 두 눈이 훼손된 채로 발견된 유기견. (사진=동물보호관리시스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B씨는 자신이 키우던 개가 학대 고양이를 물어 뜯게 해 죽이고 이런 과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에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길고양이 약 600마리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어 죽인 뒤 가공해 고기로 판매한 C씨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에 처했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전 수사 단계에서도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지난해 서울 한 일선서에서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고양이의 입에 나뭇가지를 찔러 넣거나 포획 틀에 고양이를 가둔 채 학대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작성자 추적이 어려운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이 유포된 만큼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일단 동물학대 신고가 들어가도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수사자료 자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증거능력 부족으로 내사, 수사 종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동물학대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뿐만 아니라 동물학대도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사법부가 동물학대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서 동물학대 행위도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아야 한다"며 "동물 학대에 관한 내용을 어려서부터 교육 시켜 아이들의 생명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동물보호교육 의무화 도입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과정에서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엄중한 처벌, 적극적인 수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은 커지고 있지만 동물학대 사건 발생 시 우리 사회 대응 능력은 매우 미흡한 게 현실"이라며 "일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동물학대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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