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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2년 전 사장님이"…일곱장 유서 남기고 떠난 여고생

정작 죽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

2021.05.02 06:01
"2년 전 사장님이"…일곱장 유서 남기고 떠난 여고생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스킨십 좋아해?"

2016년 5월 대전 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A씨(40)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르바이트생 B양에게 다짜고짜 이 같이 말을 건넸다. 이날 처음 출근한 B양에게 업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려주던 중이었다.

황당한 질문에 B양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A씨는 당황한 B양을 껴안고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했다.

A씨가 아르바이트생을 추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스무 살이 넘게 어린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강하게 저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A씨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B양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짧은 기간 동안, A씨의 추행은 계속됐다. 급기야 늦은 오후 일을 마친 B양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운 A씨는 B양의 집이 아닌 모텔로 향했다.

B양은 완강하게 거부했지만, A씨는 멈추지 않았다 "함께 모텔에 가자"는 A씨의 말은 권유가 아닌 위협이었다.

비슷한 수법으로 수차례 B양을 덮친 A씨는 B양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지내다 결국 범행 2년 뒤인 2018년 12월 위계추행·간음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B양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남긴 7장의 유서가 뒤늦게 A씨를 단죄할 증거가 된 탓이다.

B양은 유서에 "알바하는 가게 사장님이 저를 수시로 강간했다. 집 앞까지 찾아와 모텔로 데려갔다. 어려서, 그리고 무서워서 크게 반항하지 못했던 게 한"이라는 등 성폭행 피해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메모로 남긴 채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양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B양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에도 관계를 가질 만큼 사이가 좋았다고 주장했다.

식당에서 B양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스킨십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서 동의했다고 생각했다"는 궤변을 늘어놓다가, B양이 허락했다고 진술을 바꾸기도 했다.

A씨는 끝내 "모텔에 들어가기 전 피임도구나 담배를 함께 사기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을 심리한 대전지법 제11형사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B양이 유서에 피해 사실을 비롯해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반성과 사과를 기록한 점, 성폭행 피해 사실을 당시 친구에게 알렸던 점 등에 비춰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범죄가 B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한 원인으로 보이며, 이 시점에서 2년 전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사장을 무고할 정황이 없다"면서 "유족의 용서를 받지 못했고, 유사한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어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면서 계속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오히려 항소심에서 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고 끝내 침묵했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제1형사부는 지난해 10월 16일 A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다른 알바생에 대한 강제추행이나 청소년 성매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B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유서에 남겼을 정도로 오랜시간 고통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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