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과 야구팬이 모두 동의하는 건 정 부회장이 더 큰 야구 붐을 만들기 위해 직접 노이즈 마케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프로야구단 구단주 중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사람은 없었다. 불안불안 하면서도 재미는 있다"고 했다.
◇선 넘은 정용진
정 부회장이 2021 KBO리그 개막 전부터 최근까지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 롯데자이언츠를 겨냥해 쏟아낸 말들이 선을 넘었다고 보는 시각은 분명 존재한다. 지난 27일에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 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구장을 찾은 신 회장을 향해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를 안 좋아한다"거나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서야 제스처를 취한다", 또 이 경기 7회 때 자리에서 일어난 신 회장을 두고 "야구를 좋아하면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한 건 신 회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의 이 발언에 롯데 팬들은 신 회장이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롯데자이언츠, 일본에서 치바롯데마린스 두 구단을 운영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또 2010년 치바롯데마린스가 일본시리즈에서 우승하자 감격해 눈물을 보이는 신 회장 사진을 올리며 '이런 사람이 야구를 안 좋아하는 것이냐'며 정 부회장을 '야알못'(야구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 고위 임원진 역시 정 부회장 발언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 직전에 롯데를 향해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던 것에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임원이 적지 않았는데, 정 부회장이 이번엔 직접 신 회장을 언급하며 도발하자 "해도 너무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 롯데자이언츠가 SSG랜더스보다 무조건 순위가 높아야 한다고 말하는 임원들도 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함께 얘기하던 야구팬들이 다른 팀 팬들이 불쾌할 수 있다고 자제를 요청할 정도면 그만큼 오바하고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반대로 정 부회장 행보에 대한 지지도 분명히 존재한다. 2년 째 코로나 사태 속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 야구계에 정 부회장만큼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경기 외적으로 이야깃거리가 풍성하면 보는 맛이 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이 다른 팀을 계속해서 '디스'(disrespect) 해줬으면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 부회장은 롯데자이언츠 외에 라이벌로 생각하는 팀을 키움히어로즈로 꼽으며, "과거 내가 인수하려고 했을 때, 날 X무시 했다. 키움 XXX들, 다 발라버리고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를 두고 야구 보는 재미를 더 끌어올려 줬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일부 네티즌은 "치열한 경쟁이 스포츠의 가장 큰 재미인데, 그간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전반적으로 너무 점잖았다. 정 부회장 같은 캐릭터가 나타나 오히려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부회장의 욕설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일부 네티즌을 향해서는 "꼰대 같은 발언"이라고 반응했다.
정 부회장의 행보를 미국 프로농구 NBA 팀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기업인 마크 큐번(Mark Cuban)과 비교하기도 한다. 2000년에 댈러스 매버릭스를 인수한 큐번은 자기 팀 선수를 적극 옹호하고 다른 팀 선수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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