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男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킨 택시기사, 뜻밖에도..

입력 2021.04.26 13:22수정 2021.04.26 13:26
무죄 받은 이유는..
술취한 男 자동차전용도로에 하차시킨 택시기사, 뜻밖에도..
(출처=뉴시스/NEWSIS)

[울산=뉴시스]유재형 기자 = 야간시간 대에 술에 취한 20대 남성을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리게 해 교통사고로 숨지게 한 택시기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황운서)는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6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울산 중구의 한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20대 남성 B씨를 택시에 태웠다.

B씨는 목적지인 울산대학교 정문에 도착하자 다시 인근의 율리 버스종점으로 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에도 B씨는 좌회전을 해 온산지역으로 가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목적지로 택시를 몰았다.

그러다 갑자기 B씨가 내려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A씨는 자동차전용도로의 갓길에 택시를 세워 B씨를 내리게 했다. 이후 술에 취한 B씨가 30여분간 방향 감각을 잃고 도로를 헤매다 다른 차에 치여 숨지자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법정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줄 의무가 있는데도 자정에 가까운 야간에 가로등이나 다른 불빛도 없고,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한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리게 했다"며 A씨의 과실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가 세워달라고 한 곳에 화물차가 있었다며 B씨가 화물차 기사인 줄 알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만취로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 있었다는 것을 피고인이 알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평소 음주량이나 음주 습관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사고 당일 과음을 했다고 볼 수 없고, 택시 승차 당시의 영상에도 비틀거리거나 차선을 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화물차가 주차된 갓길 부근에 이르자 피해자가 내려달라는 의사를 거듭 표시해 화물차 기사인 줄 알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로 밝혀진 출발 및 정차 시간, 운행 경로와 정차 장소 등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자동차전용도로에 승객을 하차하게 하는 것이 드문 일이기는 하나 해당 장소는 평소에도 대형 화물차 등 차량이 거의 상시적으로 주차돼 있고 다른 갓길에 비해 위험성이 적어 보인다"며 "자동차전용도로의 일부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하차 요구를 묵살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0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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