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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원역 앞 홍등가에 나타난 시장님과 경찰청장님

코 앞에 4000세대 아파트가 생긴다고

2021.04.21 17:42
수원역 앞 홍등가에 나타난 시장님과 경찰청장님
[수원=뉴시스] 20일 오후 경기 수원역 앞 집창촌 일대를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과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합동순찰을 다니고 있다. 2021.4.21. (사진=수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20일 오후 5시께 경기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 진입로.

해가 떨어질 무렵부터 하나둘씩 빨간불이 켜지던 집창촌 골목에 청록색 경찰 제복을 입은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과 노란색 민방위 복장의 염태영 수원시장이 결의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성을 사고 파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함께 해요! 안전 순찰’ 문구가 적혀 있는 띠를 가슴에 둘러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순찰을 다녔다.

외국인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반대편 띠에는 영어로 ‘It is illegal both to pay for and sell sex in South Korea’(한국에서 성관계를 지불하고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라는 경고성 문구가 적혀 있다.

‘함께 해요! 안전 순찰’ 구호는 범죄 불안요인을 선제적으로 발굴·해소하기 위해 경찰관 전원이 스스로 목적 의식을 가지고, 현장에 나가서 주민을 만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기남부청 특수시책이다.


경찰·지자체 수장, 첫 성매매 집결지 합동순찰
두 사람은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량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를 합동 순찰했다. 이 집창촌이 생긴 이래 이를 관할하는 경찰과 지자체 최고 수뇌부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무에서 현장을 관리하는 김병록 수원서부경찰서장과 생활질서계 직원을 비롯해 수원시 수원역가로정비추진단, 여성정책과, 팔달구청 공무원, 시민단체 대표 등도 함께 동행했다.

이날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들은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오가는 인적이 없어 을씨년스런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성매매 종사여성들이 서 있던 유리창 출입문은 커튼이 쳐진 채 업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일부 폐업한 업소가 있던 자리에는 ‘포장마차 준비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현수막도 걸려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 성매매 집결지가 언제 조성됐는지 정확한 시기는 불분명하다. 다만 1960년대 초부터 교통의 중심인 수원역 일대에 업소가 모이면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청장과 염 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골목 곳곳을 누비며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한 집창촌 폐쇄 방안에 대한 의견을 틈틈히 나눴다.

특히 염 시장은 집창촌 내에 공사 중인 소방도로 주변을 지날 때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동안 추진 경과를 전달하기도 했다.

성매매 집결지 한복판에 들어서는 이 소방도로는 자칫 폐쇄적인 집창촌 운영 특성상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화재 인명피해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행정 방편다.
수원역 앞 홍등가에 나타난 시장님과 경찰청장님
[수원=뉴시스] 20일 오후 경기 수원역 앞 집창촌 일대를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과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합동순찰을 다니고 있다. 2021.4.21. (사진=수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비좁은 골목에 나란히 양쪽으로 들어서 있던 성매매 업소 한쪽 구역을 헐어 소방차 진입이 가능하도록 폭 6m, 길이 163m 규모로 도로를 뚫을 예정이다.

시는 이날까지 성매매 업소로 쓰이던 건축물과 창고 등 지장물 14개 동 가운데 7개 동을 철거했다. 올해 12월 말까지 나머지 7개 동을 부순 뒤 소방도로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찰, 성매매 업소 압수수색 이어 불법 수익 동결 조치까지
경찰도 집창촌 폐쇄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달 19일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성매매특별법 등)를 받는 A씨 등이 운영하는 업소와 주거지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지난해 11월 해당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에서 일하는 성매매 종사자 2명이 수원지검에 "업주 등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를 관할로 두고 있는 수원서부경찰서로 이첩했고, 지난 달 초순께 경기남부경찰청이 이를 다시 넘겨받았다.

경찰은 곧장 후속 조치로 법원에 A씨 등이 집창촌 내에서 성매매 업소 3∼4곳을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불법 수익 62억 원 상당을 동결 조치했다. 법원이 경찰이 신청한 기소 전 추징보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추징보전은 법원의 본안 판결이 있기 전 피고인이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의 가압류와 비슷한 개념으로 재산을 은폐하거나 빼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수원역 앞 홍등가에 나타난 시장님과 경찰청장님
[수원=뉴시스] 지난 15일 경기 수원시가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 내에 소방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주변을 정비하고 있다. 2021.3.15. (사진=수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찰은 또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했다.

여성안심구역은 2013년부터 경찰청에서 성범죄 예방을 목표로 여성안전취약지를 대상으로 방범시설물 등을 설치하고, 집중 순찰하는 등 여성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곳이다.


성매매 집결지 코 앞에 4000세대 넘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
이처럼 경찰과 지자체가 해당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려는 이유는 뚜렷하다. 주변 개발로 인해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집창촌 폐쇄를 바라는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성매매 집결지 맞은 편에는 ‘수원의 관문’으로 불리는 수원역과 AK플라자,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등 지역을 대표하는 쇼핑몰과 호텔, 교통시설이 터를 잡고 있다.

이 중 수원역은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4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속철도(KTX)와 일반 철도를 비롯해 수도권 지하철 1호선·분당선·수인선이 오가는 소위 ‘멀티 역세권’으로 통한다. 오는 2026년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까지 들어온다.

또 5성급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지자체와 각 기관에서 여러 세미나를 열면서 우수한 교통 접근성으로 인해 방한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이 묵는 숙소로 자주 이용됐다.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도 잇따르고 있다. 이 집창촌과 왕복 5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총 4086세대 규모의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신축 아파트단지가 지난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 달 18일부터 2개월 동안 주어진 입주기간 동안 3427세대가 이사해 약 84% 입주율을 보였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직선거리로 약 500~700m 떨어져 있는 수원역까지 걸어서 이동할 때 집창촌 주변을 통행해야 한다. 더욱이 집창촌과 1㎞ 이내에 떨어진 거리에 초등학교와 여자고등학교 등 학교 2곳도 들어서 있다.
수원역 앞 홍등가에 나타난 시장님과 경찰청장님
[수원=뉴시스] 경기 수원역 앞 집창촌 일대. (사진=수원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식 수원역 푸르지오 자이 입주예정자협의회 커뮤니티 함창모 회장은 " 경찰과 지자체가 성매매 집결지 일대에서 합동순찰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주민들이 줄곧 요구해왔던 집창촌 폐쇄에 힘을 보태 큰 의지가 되고 있다"며 "주변에 재개발 추진도 이뤄지기 때문에 서둘러 성매매 집결지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역사회 요구가 높아지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시민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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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6개 단체가 모여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폐쇄 지역주민연대’(주민연대)를 결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팔달3구역재개발조합, 수원역푸르지오자이입예회, 힐스테이트푸르지오입예회,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폐쇄 수원시민행동, 수원시민단체협의회,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 등 6개 단체가 향후 성매매 집결지 폐쇄 활동에 참여한다.

주민연대는 결성선언문에서 "각 단체별로 진행됐던 집결지 폐쇄 활동을 하나로 모으고 경찰과 수원시, 수원 소속 정치인들의 구체적인 행동을 만들어내고 보다 큰 범위에서 주민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의 완전한 폐쇄를 이뤄 수원역을 수원시민의 품으로 돌려받겠다"고 발족 취지를 밝혔다.

이처럼 집창촌 폐쇄 여론이 확산되면서 수원역 앞 집창촌 업주들은 성매매 업주와 종사자 모임인 한터 전국연합회 수원지부에서 모두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업주들은 ‘은하수 마을’이라는 주민 단체를 구성해 자진 폐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성매매 업주들은 지난 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말까지 정리할 기한을 주면 자진해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업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이날 합동순찰에 참여한 김 청장은 "수원시와 협력해 집결지가 조기 폐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경찰청 주관 첫 번째 행선지를 수원역 여성안심구역으로 정한 것은 ‘함께 해요! 안전 순찰’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경찰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 시장도 "시민 안전을 위해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일원을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해준 경찰에 감사하다"며 "집결지 주변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걸어다닐 수 있는 밝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감매산로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민수정(63·여)씨는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입성해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집창촌이 있어 열악한 환경까지 개선되면 장사도 더욱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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