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이 적어서 미안합니다" 대구 키다리아저씨의 마지막 기부

입력 2020.12.23 15:26수정 2020.12.23 16:01
정말 존경스럽니다.
"금액이 적어서 미안합니다" 대구 키다리아저씨의 마지막 기부
‘카다리 아저씨’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보낸 수표와 메모. 2019년

[대구=뉴시스] 정창오 기자 = 2012년부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부해 온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따뜻한 마음을 보내와 스스로 약속한 10년간의 나눔을 마무리했다.

지난 10년간 이맘때면 매년 익명으로 기부하는 키다리아저씨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화를 한다.

22일에도 어김없이 공동모금회로 키다리아저씨의 전화가 왔고, 키다리아저씨 부부와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희정 사무처장, 공동모금회 직원들이 작은 식당에서 만났다.

키다리아저씨는 간단히 인사를 건넨 후 낡은 가방 속에서 5000여만원의 수표와 메모가 들어있는 봉투를 꺼냈다.

메모에는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의 기부를 마지막으로 익명 기부를 마무리한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키다리아저씨들이 나눔에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 “나누는 동안 즐거움과 행복함을 많이 느꼈다”는 소회가 담겨있다.

크지 않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키다리아저씨는 경상북도에서 태어나 1960년대 학업을 위해 대구로 왔다고 한다. 하지만 부친을 잃고 일찍 가장이 됐고, 생업을 위해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결혼 후 단칸방에서 시작한 키다리아저씨 부부는 늘 근검절약해 왔고 수익의 30%를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는 삶을 이어왔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많은 위기도 있었고 그때마다 기부를 중단하기를 권유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나눔을 이어왔다.

키다리아저씨는 가족들도 모르게 기부했다. 키다리아저씨의 아내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기부할 때는 남편이 키다리아저씨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며 “어느날 신문에 키다리아저씨가 남긴 필체를 보고 남편임을 짐작해 물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아내는 남편의 나눔을 지지하고 응원했으며 키다리아저씨는 10년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자녀들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손자 또한 할아버지를 닮아 일상에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키다리아저씨는 “나 혼자 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앞으로 더 많은 키다리아저씨가 나타나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청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0년간의 아름다운 약속을 마무리하는 키다리아저씨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키다리아저씨의 따뜻한 나눔은 우리 대구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라고 인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c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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