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가 쏘아올린 '비혼모' 논쟁…한국에선 가능할까?

입력 2020.11.18 14:48수정 2020.11.18 15:34
법개정이 필요해보이긴 하네요
사유리가 쏘아올린 '비혼모' 논쟁…한국에선 가능할까?
[서울=뉴시스] KBS 9뉴스에 공개된 방송인 사유리와 아들 (사진 = KBS 화면캡처) 2020.11.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천민아 기자 =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41·후지타 사유리)가 결혼하지 않은 '비혼 상태'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혼모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한국사회에서 화두로 자리 잡았다.

사유리가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은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가운데, 18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혼모 합법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사유리는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 아들을 위해 살겠다"고 전했다. 사유리는 일본의 한 정자은행에 보관돼 있던 이름 모를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리가 정자를 기증받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10월 생리불순으로 한국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 나이가 48세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혼 여성에게 정자를 기증해 주는 병원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 정자 기증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사유리의 이같은 임신 및 출산 소식에 한국사회에서도 비혼모 합법화 여부 논쟁에 불이 붙었다.

현행법을 보면 생명윤리법상 미혼 여성에 대한 정자 기증 등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 금전을 목적으로 한 거래나 특정 성별의 아이를 갖기 위한 시술, 미성년자에 대한 시술 등에 대해서만 금지가 된 상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비혼모에 대한 정자 기증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는 여성이 임신을 위해 정자를 기증받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현행 모자보건법은 인공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난임 부부'로만 한정하고 있다. 난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해도 임신이 안 되는 경우를 뜻한다.

사유리가 쏘아올린 '비혼모' 논쟁…한국에선 가능할까?
[서울=뉴시스] 지난 2008년 방송된 KBS 1TV '인간극장' 허수경 편. 2020.11.17. (사진 = '인간극장' 캡처) photo@newsis.com
사유리의 임신 소식이 알려지면서 과거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출산한 방송인 허수경(53)씨는 어떻게 정자를 기증받았는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허씨는 2007년 이혼 후 독신인 상태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했다고 공개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사유리가 한국에서 정자를 기증받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과거 허씨가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엔 국내에 관련 규정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생명윤리법에는 정자·난자 채취 등에 관한 규정이 아예 없었지만, 2005년 말 '황우석 사태' 이후 생명윤리법 등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관련 법규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비혼모 임신을 위한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박남철 한국공공정자은행 이사장은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생명윤리법은 굉장한 규제를 동반한 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세상이 다 바뀌고 있는데 사유리가 오죽하면 자기 나라에 가서 (정자 기증 임신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정자 등 매매를 허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진 현재 상황에서 국가가 좋은 정자를 선별해 아이들을 출산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무책임하게 사고 팔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금기시됐던 것들이 가능해지면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과학기술 발달이 인간 생명과 종교 등과 연관되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과연 공론화가 바람직한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현호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은 "사회가 (정자 기증 임신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호해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점이 돼야 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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