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승객, 도로 하차 후 추락사고…기사에 내려진 책임은?

입력 2020.11.07 09:01수정 2020.11.07 10:08
법원 "기사 책임 없다…고의성 등 인정할 수 없어"
만취 승객, 도로 하차 후 추락사고…기사에 내려진 책임은?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에 탔다가 도로 한복판에서 내린 이후 가드레일 밑으로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면 배상받을 수 있을까.

A씨는 2018년 5월18일 오후 10시20분께 광주 서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B씨가 운전하는 택시에 탑승했다. 목적지로 가던 중 A씨는 순환도로 상에서 하차했고, B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났다.

제3자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A씨는 순환도로 갓길에 설치된 가드레일 쪽에 앉아있었다. 이에 경찰관들은 '순환도로라서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 위험하니 얼른 순찰차에 타라' 등을 얘기하며 귀가를 권고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가 일어나자 순찰차에 탈 것으로 생각해 옷을 붙잡으며 부축하려 했지만, A씨는 돌연 방향을 바꿔 가드레일 밖으로 나갔다.

이에 경찰관들이 A씨 손을 잡으려 했지만 잡지 못했고, 결국 A씨는 2m 정도 높이의 옹벽 밑으로 추락해 골절 등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택시기사 B씨를 폭행 및 유기치상죄로 고소했으나 '유기에 대한 고의성 또는 계약상 부조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또 A씨의 재정신청도 기각됐다.

이에 A씨는 "B씨는 승객을 승차시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도로구조상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예견하면서도 술에 취한 자신을 아무런 조치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관들이 술에 취한 자신을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적시에 취하지 않고, 오히려 도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적극 제지 않고 방치해 추락했다"며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집행"이라고 이 사건 소송을 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임성윤 판사는 A씨가 택시기사 B씨와 정부를 상대로 낸 1억4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임 판사는 "B씨는 술에 취한 채로 택시에 승차한 승객 A씨를 자동차전용도로 상에 내리게 했고, 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판사는 A씨가 추락 부상을 입는 과정에서 B씨와 경찰관들의 과실은 없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임 판사는 "B씨로서는 A씨가 경찰관이 출동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가드레일을 넘어가 추락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까지 예견했으리라고 보기 어렵다"며 "B씨 행위와 A씨 손해 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A씨를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거나 그들이 취한 조치가 현저히 부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에 비춰 볼 때, 경찰관들로서는 A씨가 가드레일 밖으로 나가 추락하리라는 사정까지 예견 했으리라 보기 어렵다"면서 "경찰관의 과실과 A씨가 입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