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 주입 받을 사람 모집?

입력 2020.10.21 12:32수정 2020.10.21 14:30
건강한 18∼30살 지원자 90명..과연 누가??
최저임금 받고 코로나 바이러스 주입 받을 사람 모집?
[런던=AP/뉴시스] 영국 정부는 건강한 성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해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의 면역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을 계획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지난 8월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백신 후보 물질을 맞고 있는 3상 시험 지원자의 모습. 2020.10.21.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영국 정부는 건강한 성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해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의 면역 반응을 확인하는 시험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진, 제약사 'hVivo', 런던 로열프리병원 등이 진행하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휴먼챌린지시험)에 3360만 파운드(약 494억9000만원)를 지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인체 유발반응 시험에 참가할 건강한 18∼30살 지원자 90명을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험의 목표는 지금까지 개발된 백신 후보 물질들이 코로나19 확진자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백신 투여 후 어떠한 부작용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

정부는 "안전하고 통제된 환경에서 건강한 성인에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코로나19 증세가 발현되는 최소한의 바이러스양을 확인하고, 백신 투여 이후 면역 체계의 반응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에 참여한 지원자들을 최소 1년간 모니터링하겠다"고 부연했다. 연구는 런던 로열프리병원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제약사에서 실시하는 백신 3상 실험이 수만 명의 지원자에 백신 후보 물질을 투여한 후 이들이 자연스럽게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황을 지켜보는 것과 달리, 인체 유발반응 시험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에 백신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영국 정부는 "우리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을 선도하는 국가로 필요한 기반 시설과 숙련된 노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또한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런 실험을 통해 장티푸스, 콜레라, 기타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했다고 부연했다.

참가자들은 실험이 진행되는 2~3주 동안 영국 최저임금인 시급 9파운드(약 1만3000원)를 받게 된다. 연구원들은 "추가적인 비용 지급은 참가자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며 이같은 비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윤리적인 문제는 남는다.

뉴욕타임스(NYT)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지원자들 중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저질환, 혹은 희귀병이 있다면 끔찍한 결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장기적인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모한 실험을 진행한다는 비판도 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체 유발반응 시험을 과연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에게 적용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존 무어 영국 웨일코넬의대 교수는 "모형화(모델링)부터가 너무 힘든 시험이다. 코에 바이러스를 주입해 만들어낸 확진자는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감염된 이들과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폴 오핏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백신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 아니다. 백신 효능을 실험하기 위해서는 핫스팟을 찾아가도 된다"며 이번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어떤 백신 후보 물질을 사용할 것인가도 문제다.
백신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 모더나 등은 인체 유발반응 시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연구진은 인체 유발반응 시험에 돌입하기 전 보건 당국과 윤리 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연구는 1월께 시작될 예정이며, 시험 결과는 이르면 내년 5월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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