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택배노동자 유족 "먹을 시간은 줬어야지" 울분

입력 2020.10.14 15:45수정 2020.10.14 16:46
아버지의 말씀 하나하나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숨진 택배노동자 유족 "먹을 시간은 줬어야지" 울분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씨 유가족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면담요구 방문 기자회견하던 중 계단에 주저앉아 있다. 2020.10.14.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최근 숨진 택배노동자 가족이 생전 소속 회사를 찾아 "마지막 희생이길 바란다"면서 개선 요구 목소리를 냈다.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씨의 부친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같이 촉구했다.

김씨는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 중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씨 부친은 이날 행사 전후 통곡하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신 "원종아, 원종아"라며 세상을 뜬 아들을 부르면서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나오기 전에 아들이 일하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가봤더니 먹을 시간도 없더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이제야 좀 뉴스에 나오는 것이지 지금까지 그런 것도 없었다"고 했다.

또 "먹을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고 물을 떠서 주니 그제서야 마시더라. 떠놓지 않으면 물도 못마시고 나가는 것"이라며 "배달하시는 분들을 좀 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이 마지막 희생이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먹는 시간을 달라. 대책 좀 어떻게 세워주시고 먹는 시간 좀 어떻게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대 발언이 이어지는 중에도 "한 마디 더하겠다"면서 "아들이 죽기 전날 오후 9시30분에 들어왔다. 그럼 밥을, 과일을 차려놓고 기다린다"며 "그리고 씻고 어쩌고 하면 오후 11시에서 자정이 된다"고 했다.

숨진 택배노동자 유족 "먹을 시간은 줬어야지" 울분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택배노동자 고(故) 김원종씨 부친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0.10.14. dadazon@newsis.com
이어 "오후 9시30분에 들어왔는데 당일 나가면서 뭐라고 했는줄 아느냐. 오늘은 어제보다 더 늦을 거라면서 배고프면 먼저 밥을 먹으라고 했다"며 "이것이 사람이 할 노릇이냐"고 외쳤다.

대책위는 과로로 사망한 택배노동자가 8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CJ대한통운 소속은 5명이라는 것이 대책위 측 설명이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은 직원인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에 사과도, 그 어떤 도의적 책임과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장시간 노동의 근본 요인인 분류 작업을 개선해야 한다. 산재적용 제외 신청서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CJ대한통운은 이런 전국민 목소리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올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이후 대책위 관계자와 김씨 부친 등은 CJ대한통운 본사를 방문했다.
대책위 측은 면담에서 사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응당한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면담에서 개별적 사과 의사를 표현했으며, 유족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곧 찾아뵙고 상의 드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발방지에 대해서는 시스템 혁신 작업 등을 준비 중이라는 등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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