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진 친구 구하려다 익사한 男, 아내가..

입력 2020.07.27 06:02수정 2020.07.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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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친구 구하려다 익사한 男, 아내가..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물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를 구하려다 사망한 남성의 경우 의사자로 인정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망인 A씨의 아내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자 불인정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사결과 A씨는 지난 2018년 8월 11일 강원도의 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중 바다에 빠진 지체장애 친구를 구조하려다 사망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2월 망인에게 국민추천포상(국무총리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에 A씨의 아내는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에 의사상자 인정 신청을 했으나 복지부는 A씨에 대해 의사자 불인정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는 의사상자 심사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A씨의 행위가 의사상자법상 '자신의 행위로 인한 위해 상황 발생'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불인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아내는 "A씨의 행위는 의사상자법에 의한 의사자 인정 요건을 충족한다. 친구가 물놀이를 하다 위험 상황에 이른 것을 A씨 자신의 행위로 인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며 "A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입수한 것이 '자신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친구나 동료끼리 함께 놀러갔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에 처한 상대방을 구해야 할 조리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이는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신체상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다가 사망한 경우"라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행위는 의사상자법상 구조행위의 요건을 충족하고, 같은 법에 따른 법 적용 제외대상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의사자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직접적·적극적 구조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복지부 측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사고 당일 친구와 술을 마셨고,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86%으로 나온 사실은 인정되나 정상적으로 몸을 가누기 어렵다거나 사리분별능력이 없을 정도라고 볼 수는 없다"며 "A씨가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음주를 권하거나 수영을 적극적으로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친구의 바다 입수를 저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고의나 중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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