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행기 탑승 못한 부부, 가방 분실했는데..

입력 2020.07.23 09:01수정 2020.07.23 09:24
"역무원으로 해야할일을 한 것 뿐"
코로나19로 비행기 탑승 못한 부부, 가방 분실했는데..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사진은 서울역 공항철도의 모습. 2020.07.21.myjs@newsis.com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인천=뉴시스] 홍찬선 기자 = 한 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한 후 열차에서 10년간 찍은 사진이 담긴 가방을 분실했다가 역무원의 도움으로 되찾게 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자사 고객의 소리(VOC)에 자신의 가방을 찾아준 역무원들을 칭찬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글에는 코로나19로 출국길이 막힌 부부가 인천공항을 오가는 열차에서 가방을 놓고 내렸고 역무원들의 도움으로 되찾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3일 한국인 A씨는 대만인 부인과 함께 처가를 방문하기 위해 대구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대만 정부가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면서 A씨 부부는 결국 대만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대만 정부의 이같은 상황을 몰랐던 A씨 부부는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고, 저녁 시간이었던 탓에 공항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관광 및 일반 사회적 방문 목적(친구 방문, 결혼식 참석, 문화활동 참석 등)의 외국인 대상 입국을 금지했고, 같은달 29일부터 자국에 입국한 승객은 비행기 탑승 3일 이내 발급된 코로나19 음성 증명서(영문본) 항공사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천공항에서 공항철도에 탑승해 운서역에 도착한 A씨 부부는 여행가방 1개를 놓고 내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 가방에는 A씨 부부가 10년 넘게 소장한 사진들이 담긴 노트북 컴퓨터와 외장하드 등이 담겨 있었다.

허탈한 A씨 부부는 자신들의 추억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장시간 역사를 떠나지 못했고, CCTV로 이들을 이상하게 여긴 역무원 B씨가 이들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들으면서 긴급히 가방 수배에 들어갔다.

경황이 없던 A씨는 자신이 이 역에 언제 내렸고, 어느 칸에 탑승했는지 역무원에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에는 비까지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역무원 B씨는 A씨 부부가 인천공항에서 탑승한 시간과 운서역에 도착한 시간을 추측해 이들이 탑승했을 가능성이 높은 열차들을 압축했고, 이들 열차가 지나는 역사에 유실물 수배를 요청했다. 그러나 A씨의 가방은 찾을수 없었다.

이때 B씨는 종착역의 전역인 공덕역에 진입하는 열차를 확인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역에 유실물 수배를 재차 요청했다. 계속된 수배 요청에 다른 역무원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확인 결과 공덕역에 도착한 첫 열차 칸에서 A씨 부부가 잃어버린 빨간색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다행히 A씨 부부의 사진들이 담긴 노트북과 외장하드도 모두 그대로 담겨 있었다.

공덕역에서 가방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시간은 밤 11시. A씨 부부는 바로 공덕역으로 출발해 가방을 찾을 수 있었고 다행히 막차 직전 무사히 운서역까지 되돌아올 수 있었다.

이때 B씨는 A씨 부부가 가방을 찾을 수 있도록 공덕역 역무원에게 A씨 부부의 인상착의와 열차 탑승구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줬고, A씨 부부의 나머지 가방을 B씨가 보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역무원으로 해야할일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착역인 서울역에서 승객이 내린 후에 각 열차마다 가방을 찾으면 됐지만 당시에는 늦은 시간이었고 이들 부부가 대만으로 가려고 했던 상황을 미리 들었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가방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승객의 가방을 찾는데 합심한 역무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뉴시스는 A씨 부부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이들 부부도 자신들의 가방을 찾아준 역무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역무원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여러 차례 물어 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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