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쓰러진 기간제교사에 동료교사들이...

입력 2020.06.20 11:01수정 2020.06.20 11:05
"남의 일이 아니다" 업무 과중 호소
수업 중 쓰러진 기간제교사에 동료교사들이...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4차 등교 개학일인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과 긴급돌봄교실로 가는 저학년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서고 있다. 2020.06.08. misocamera@newsis.com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수업 도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제주의 한 초등교사 사망 원인에 대해 전교조 제주지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교사의 업무 과중 등을 지적한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교사들도 "남의 일이 아니다" 등 입장을 보이며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교육부의 구체적인 매뉴얼 제공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학교 내 환자가 발생할 경우 교사의 책임이 너무 크고, 이에 따라 교사가 학부모 민원의 주요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20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 소재 한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A(60)씨가 수업 도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다음날 새벽 결국 숨을 거뒀다.

명예퇴직 후 제주로 내려와 기간제 교사로 일했던 A씨는 혈관성 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제주지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에 따른 교사의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가 한 원인으로 사료된다"며 "고인의 심장 출혈로 인한 사망은 과중한 수업 준비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인재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교육부·교육청·방역당국은 학생이나 교사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교육부가 일선 학교 교사들을 위한 구체적인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학생들과 직접 대면하는 교사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 중 쓰러진 기간제교사에 동료교사들이...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광주 유덕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음성으로 최종 판정된 가운데, 지난 15일 오전 광주 서구 유덕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마치고 수업을 하고 있다. 2020.06.15. wisdom21@newsis.com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특히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 등 저학년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코를 풀거나 재채기할 때 사용한 휴지를 한 데 모아서 버릴 것"을 강조한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광명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저학년 학생들은 등교개학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더 높은 만큼, 마스크 착용 지도 등 신경을 더 써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교사 1명이 수십명의 학생들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코 푼 휴지까지 따로 챙기라는 지침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A씨는 "여름이 찾아오면서 활동량이 많은 저학년 학생들이 더위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해도 코로나19 때문에 에어컨도 마음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육부의 철저한 매뉴얼 제공도 없는 이같은 상황에서 학생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교사의 책임이 너무 커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 B씨는 "등교개학 이후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가는 동선을 최소화 한다고 해도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어 특히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에어컨 없이 여름을 지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침을 처음 만들 때 교육부가 독단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교사들과 관리자들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고 질병관리본부 등과 공동으로 지침을 만든 것인데,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충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바뀌는 상황에 따라 지침도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 푼 휴지 등을 따로 모아서 버려야 한다' 등 지침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원칙인 만큼, 각 지역별 교육청에서 내용을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그런 지침을 내렸을 수는 있을 것 같다"며 "날이 더워지면서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전체적인 어려움을 다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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