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 2명에게 괴롭힘 당한 女.. 유서 살펴보니

입력 2020.04.06 15:25수정 2020.04.06 17:06
사망 직전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 3장
직장 상사 2명에게 괴롭힘 당한 女.. 유서 살펴보니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익산=뉴시스] 윤난슬 기자 = 직장 동료들의 괴롭힘과 관련한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여성의 가족이 국민청원을 통해 "모든 사실이 가감 없이 수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료 괴롭힘 직장 따돌림, 20대 여성 극단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익산의 한 회사에 다니던 제 동생(21)이 지난달 17일 오후 9시 37분께 아파트 15층 높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서 "사망 직전 고인이 작성한 유서에는 회사 명칭과 직장 상사였던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 직전 쓴 것으로 보이는 유서 3장에는 회사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청원 글에 따르면 유서 속에는 직장 상사 이름을 언급하며 '너무 싫다, 다닐 곳이 아니다, 나 좀 그만 괴롭혀라, 적당히 해라, 한마디도 못 하는 내가 싫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쓴이는 "제 동생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남은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동생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자신은 죽어서도 지옥에 가서 천벌 받을 거라고 글을 쓰면서도 끝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동생의 죽음에 직장 상사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든 사실이 가감 없이 경찰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글을 맺었다.

숨진 글쓴이의 동생은 익산에 있는 한 식품 공장에서 1년 반 동안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6일 성명서를 내고 "상식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돼야 하지만, 사측은 일방적이고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유가족을 두 번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따돌림을 당해 점심도 먹지 못하고 숙소에서 울었다고 하는데도 사측은 '자체 조사 결과 따돌림이나 괴롭힘에 대해서 아무 문제가 없었고, 유서에 지목된 이들과도 특이사항이 없었다'라는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어떤 식으로 진상조사를 했는지 등 모든 정보를 유가족에게 공개하고 관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포함해 철저하게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ns465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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