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린 남편이 죽자 시작된 악몽, 4일 지나도록..

입력 2020.04.03 13:30수정 2020.04.03 16:00
"우리는 그를 검은 비닐로 감싸 거실에 놔둔 채 지내고 있다"
코로나19 걸린 남편이 죽자 시작된 악몽, 4일 지나도록..
[과야킬(에콰도르)=AP/뉴시스]2일(현지시간) 에콰도르 과야킬의 한 집 밖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의 시신이 든 관이 비닐과 판지 등으로 덮인 채 놓여 있다. 과야킬에서는 병원들이 수용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환자들을 거부하고 장의사들도 감염을 우려, 영업을 중단하면서 숨진 시신들이 집 안이나 거리에 방치되고 있다. 2020.4.3
[키토(에콰도르)=AP/뉴시스] 유세진 기자 = 다니얼 라레아는 지난 3월 30일 1주일간 고열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병원에도 가보지 못한 채 집에서 숨졌다. 그 후 가족들의 악몽이 시작됐다. 숨진 지 4일이 지나도록 그의 시신을 수습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라레아의 아내 카리나는 2일(현지시간) "우리는 그를 검은 비닐로 감싸 거실에 놔둔 채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우리 가족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두렵다"고 덧붙였다.

중미 에콰도르의 과야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에콰도르 내 최대 발생지가 되면서 병원들은 밀려드는 환자들을 처리할 수 없어 거부하고 있다. 장의사들도 감염을 우려해 대부분이 영업을 중단, 환자와 사망자들이 집안에 또는 길거리에 방치돼 있다.

에콰도르의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는 공식적으로는 3160명과 120명이지만 코로나19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숨진 사람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라레아 역시 모든 의심 증상들을 나타냈지만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공식 집계는 엄청나게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에콰도르에서는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 병원만 부족한 것도 아니다. 시체안치소, 장례식장 등 숨진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며칠 전부터 에콰도르 소셜미디어들에 비닐이나 천에 덮인 채 집안이나 거리에 방치돼 수습을 기다리는 시신들의 모습이 등장하더니 이제 TV 뉴스에도 관련 뉴스들이 다뤄지고 있다.

에콰도르의 의사들은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지 못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들을 식별하고 격리할 수 없으며, 병상과 인공호흡기가 부족해 치료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과야킬 병원의 폐전문의 미레야 로다스는 "에콰도르가 이탈리아와 상당히 유사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로다스 역시 코로나19에 양성반응을 나타냈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2월29일 스페인을 여행하고 돌아온 71세 여성이 첫 코로나19의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중남미 최초로 코로나19 발생국이 됐다. 의료 전문가들은 현재 과야킬에서의 재난이 몇 주 또는 몇 달 뒤 에콰도르 전체의 섬뜩한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에콰도르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최소 5배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과야킬의 장례식장 주인인 메르윈 테란(61)은 공동묘지의 경우 하루 처리 능력의 5배에 달하는 시신들이 매장대기 중인데다 시신을 수습할 때 필요한 보호장비조차 부족해 많은 장례식장들이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수습하려면 의사의 서명이 필요한데, 많은 의사들이 환자 치료에 매달리는 바람에 시체안치소에 시신들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과야킬 거주자인 카르멘 수아레즈(71)는 지난 주말 신부전으로 사망했다. 병원을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병원이 더 위험할 수 있어 결국 집에서 숨졌다. 그녀 역시 숨진 지 1주일이 다 돼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사위인 바이런 모레이라(36)는 "과야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재앙이다. 철천지 원수에게라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를 원치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에콰도르에 있는 미주보건기구의 지나 왓슨 대표는 "전문가들은 "과야킬이 보여주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자 및 사망자 수의 급속한 증가가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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