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30대 조모씨는 "가게 이름에 신천지가 들어갔단 이유로 전화가 와서 신천지 본사 쪽 전화번호를 묻더라. 우리는 (종교집단) 신천지와 관련이 없는데"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조씨는 "이렇게 난리가 났으니까 욕설을 하시고 싶었나 보더라. 근데 (관련된 곳이) 아니라고 하니까 그분도 하소연을 하시고 저도 같이 하소연했다"며 "(카페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으면 '간판을 바꿔야 하나' 생각할 텐데 그게 또 아니라서굳이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조씨는 종로구 귀금속거리 인근에서 10년 가까이 영업을 한 카페 사장의 딸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대다수가 속출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반발 심리가 커지면서, 상호명에 '신천지' 세글자가 담긴 업장에도 억울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조씨는 "또 (상호를) 바꾸면 신천지와 관련있었던 곳처럼 보일까봐 더 이상하기도 하더라"라며 "주로 단골들이 오는 편이라 (특별한 조치를) 하지않고 있다. 방문 손님들께서 '신천지 어쩌고'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신천지' 상호 업주들의 피해 사례는 조씨 경우에만 그치지 않았다.
송파구에서 노래방을 개업한지 10년이 넘은 60대 이모씨는 "하도 방송에서 떠들어서 (종교) 신천지를 알게 됐다. 이 동네가 신천동이고 전에 지하철 신천역(현 잠실새내역)이 있어서 (가게 이름을) 신천지라고 정한 것"이라며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그것 때문에 요즘 손님이 하나도 안 온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당시 심사숙고해서 지은 것도 아니고, 간판 하는 아저씨가 신천지라고 가명을 짓고 디자인을 했는데 '괜찮네'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며 "미쳐버리겠다, 광고는 엄청 되는데 지금 단골들이 '간판을 바꿔라', '바꿔야 장사가 되지 안 그럼 장사 못한다'고 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교회 안 다닌다는 걸 아는 단골들은 위로차 오기도 하는데 일반 손님들은 안 들어온다"며 "불경기인 탓에 손님이 줄었고 이 일까지 터지니까 더 없다"고 전했다.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최모(50)씨는 "최근 보건소에서 전화가 와서 '여기 신천지 교회와 관련 있느냐'고 전화가 왔다"며 "인터넷으로 검색한 사람들이 (예전 상호를 보고)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26년이나 약국 운영을 한 최씨는 지난해 내부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서 상호도 함께 바꿨다. 그간 '신천지 종교인'이라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행정 절차 및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이름을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최씨는 "기본적으로 교인들은 신천지를 이단으로 생각하고, 주변에 교회가 있기 때문에 교인들로부터 '여기 신천지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며 "중간에 약국 이름을 바꾸는 건 쉬운 게 아니지만, 바꾸고 나니까 사람들이 '신의 한 수'라는 말까지 한다"고 전했다.
전국 신천지 시설의 위치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이 앱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기도 했다. 앱에서 지목된 주소지가 실제 신천지와는 무관한 곳이어서 영업에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신천지는 지난 28일 '코로나19 관련 신천지예수교회 입장발표'를 통해 "신천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국의 모든 조치에 역량을 총동원해 협조하고 예방과 치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신천지를 향한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고, 이로 인한 가족의 핍박과 폭력으로 한 성도가 죽음에 이르는 상황이다. 성도들을 향한 비난과 증오를 거둬달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c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