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신분증으로 중형차 빌린 여중생의 최후

입력 2020.02.15 13:01수정 2020.02.15 15:38
1000만원대 사고를 쳤다
성인 신분증으로 중형차 빌린 여중생의 최후
(출처=뉴시스/NEWSIS)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미성년자가 무면허로 운전을 해 사고를 내는 일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도로 위를 달리고 싶은 마음이 앞서, 부모님 차키에 손을 대거나 다른 사람의 차를 훔쳐 몰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차량 절도만 단속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카셰어링 서비스가 국내에 자리잡기 시작한 지난 2012년 이후 10대의 무면허 렌터카 사고는 해매다 늘고 있다.

미성년자들은 담배와 술을 구입할 때 사용한 '노하우'를 차량 렌트에도 적용한다. 화장을 해 어른처럼 꾸민 후 성인의 신분증을 보여주고 차를 빌리는 것이다. 이들이 차량을 빌린 뒤 사고를 낸다면 업체는 손해를 모두 배상받을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아니오"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지난 2018년 렌터카 업체 A사가 김모양의 부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하며 "피고인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당시 김양은 중학교 2학년이었지만, 21세인 성인의 신분증을 이용해 A사에서 중형 승용차를 빌렸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격은 '만 21세 및 운전경력 1년 이상'이었다.

이후 김양은 새벽에 운전하다가 커브길에서 장애물을 피하지 못해 부딪혔고 차량은 크게 파손됐다. A사는 견인비로 136만2000원, 수리비로 1144만원을 지출했다. A사는 김양 부모를 상대로 렌트 비용 등을 포함해 1736만4415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과 달리 전체 손해액은 1376만2400원만 인정된다고 봤다.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차량 수리를 위해 다른 고객에게 렌트하지 못한 기간이 31일까지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재판부는 A사 역시 김양이 미성년자인 것을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절반인 688만1200원만 지급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는 운전면허증의 B씨와 화장을 하고 나타난 김양을 동일인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한다"라며 "(하지만) 운전면허증의 사진과 만 14세에 불과한 김양의 얼굴은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A사는 원동기 면허증 번호를 렌트 차량의 제2운전자로 기재했고, 면허 종류를 제1종 보통이라고 기재하면서 차량을 한 대 더 빌려줬다"며 "법에서 정한 운전자격 확인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기심 많고 무모한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확인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게 책임을 분담시킬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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