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4년 기다림의 결론이 각하인가"

입력 2019.12.27 17:01수정 2019.12.27 17:05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려는 상황은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4년 기다림의 결론이 각하인가"
[경기광주=뉴시스] 김종택 기자 = '한일 위안부 합의'가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기일인 27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대구 출신 이옥선 할머니가 헌재의 선고 관련 뉴스를 보며 눈가를 닦고 있다. 2019.12.27. semail3778@naver.com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헌법재판소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 결정한 가운데, 해당 헌법소원을 진행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인권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기일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는 것이다.

민변 과거사정찬위원회 위원장 이동준 변호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모욕적이기까지 한 한·일 위안부 합의와 발표로 오랜 시간 괴로워하셨다"며 "헌재는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인권의 최후 보루였음에도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기습 발표되고 일본이 불가역적 해결을 운운할 때 저희 입장에서는 막막했다"며 "그 당시 할 수 있는 일은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상처받으며 보낸 시간이 수년"이라며 "세세한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그 기다림에 대한 판단으로 각하는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이번 헌재 판결이 한·일 위안부 합의가 정식 조약으로서 인정받지 못했음이 인정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해당 합의가 결국 공식적 협상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저희 피해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더 과감하게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2016년 3월 위안부 피해자를 중심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약 4년 만에 나온 판단이다.

위안부 할머니의 눈물 "4년 기다림의 결론이 각하인가"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이동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 입구에서 헌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 위헌확인 심판 청구를 각하 결정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12.27mspark@newsis.com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이뤄졌다. 당시 양국 외교부 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타결됐다며 합의 소식을 알렸다. 합의문에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 기금 약 10억엔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졸속 합의 논란이 곧바로 제기됐다. 특히 합의에 '발표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구 등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결국 민변이 생존 피해자와 사망 피해자 등을 대리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피해 당사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기본권을 침해당했으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들이 배재된 참여권과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취지다.

반면 당시 합의를 진행한 외교부는 "나름대로 정부 차원에서 최선의 방법을 통해 피해자 의견 청취에 노력을 해왔다"고 반박했다.

또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청구 각하'를 요청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의견에서는 한·일 합의가 국가기관의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며, 해당 합의로 인해 피해자들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현 정부도 위안부 합의를 그대로 이행하려는 상황은 아니다. 일례로 지난 6월에는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는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 중심 원칙에 근거해 앞으로도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지급한 10억엔에 상응하는 103억원도 조속히 일본에 돌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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