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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 음식물찌꺼기가 사료로

야생동물을 먹으려고 사육…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

2019.09.25 14:28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 음식물찌꺼기가 사료로
【서울=뉴시스】25일 동물자유연대 등이 국내 사육곰 현장조사 결과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음식물 찌꺼기를 먹는 사육곰의 모습. 2019.9.25(사진=동물자유연대)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동물보호단체가 웅담 채취를 위해 길러지는 수백 마리의 국내 사육곰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며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 등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1년 정부 권장으로 시작된 사육곰 산업은 사실상 사양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현재 전국 31개 농가에서 사육곰 479마리가 열악한 환경에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도 곰 생츄어리(야생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시설)를 통해 비인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야생동물 사육의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올해 2월부터 4개월 간 전국 28개 농장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7곳의 농장에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의 찌꺼기 등을 사육곰 사료로 주고 있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대부분의 농장에선 돼지사료나 개사료 등 배합사료를 급여하고 있었다고도 전했다.

또 70% 가량의 농장에선 사육곰들에게 물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을 상시로 배급하는 농장은 8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 음식물찌꺼기가 사료로
【서울=뉴시스】25일 동물자유연대 등이 국내 사육곰 현장조사 결과등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19.9.25 photo@newsis.com
도살 경험이 있는 농장 중 83%는 근이완제(석시닐콜린)를 도살용 약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주들은 근이완제가 질식사와 같은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는 것을 모두 모르고 있었고, 수의사를 불러 도살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고 이들 단체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농가 대부분의 위생상태가 열악하고, 사육곰들이 흙을 밟을 수 있는 곳은 전무하다는 점도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사육곰들의 종류는 대부분 반달가슴곰이고, 불곰은 10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들 탓에 조사 농장의 83%에선 사육곰들의 정형행동(스트레스로 인한 반복적인 행동)이 관찰됐다. 같은 동선을 맴돌거나, 철창을 반복적으로 씹어 송곳니가 모두 닳는 등의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는 "사육곰은 국제적 야생동물 보호법에도 불구, 합법적으로 죽여서 웅담채취를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법에선 빼놨다"면서 "야생동물을 먹으려고 키우는 건 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라고 말했다.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 음식물찌꺼기가 사료로
【서울=뉴시스】25일 동물자유연대 등이 국내 사육곰 현장조사 결과등을 발표했다. 현장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육곰 농장들의 위생 상태. 2019.9.25(사진=동물자유연대) photo@newsis.com
이어 도살 시 근이완제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선 "외국에선 쓸 수 없는 약물"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이날 실태를 발표하면서 사육곰 복지가 반영된 사육곰 산업의 종식 목표 및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필수적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들은 곰 생츄어리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실현 가능성을 고려, 150마리 수용 가능 규모에 40마리 입주로 시작해 점차 마릿수와 시설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면서 "추산 비용은 150마리 시설 기준으로 시설건립비 73.5억원, 운영비 연 11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는 곰, 음식물찌꺼기가 사료로
【서울=뉴시스】25일 동물자유연대 등이 국내 사육곰 현장조사 결과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들 단체가 현장조사를 진행한 농가의 사육곰들 모습. 2019.9.25 photo@newsis.com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같은 제안을 뒷받침하는 시민인식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 8월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3%는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78.3%의 응답자는 사육곰 특별법 제정에 찬성했다.

현장조사를 통해선 대부분의 농장주들이 사육곰 농장 사업이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손을 떼고 싶어한다는 사실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에 응한 농장주의 86.2%는 정부 매입에 응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인간의 동물 가축화 과정에서도 기본 선은 있었다"면서 "최소한의 선에서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는 기준을 지켜왔는데, 점차 기준이 무너지고 확대되면서 많은 동물들을 이용했다.
그 중 하나가 사육곰"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그래선 안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분명히 돼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결단해서 어떻게 해결할 지 역할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조사결과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캠페인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wrcmani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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