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찾은 文대통령, 좌중 웃게 만든 직원의 한마디

입력 2019.08.26 14:50수정 2019.08.26 15:35
文대통령의 저서 '운명' 꺼내면서 넉살 좋게 사인 요청
농협 찾은 文대통령, 좌중 웃게 만든 직원의 한마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2019.08.26.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내 소재·부품 기업에 투자하는 이른바 '애국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직접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펀드 판매 직원과 유쾌한 신경전을 벌였다.

금융상품 지식 수준을 묻는 설문 조항을 놓고 "매우 높은 수준일 것 같다"는 직원의 견해에 문 대통령은 손사래를 치며 '소신 답변'을 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충정로 NH농협은행 본점을 찾아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지난 14일 처음 출시한 이 펀드는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운용 보수를 낮춰 그 수익을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문 대통령은 펀드 출시 취지에 공감하며 일반인들의 적극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NH농협은행 영업장을 찾았다.

안내를 받아 상담 창구에 앉은 문 대통령은 판매 직원으로 부터 펀드 상품 가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판매 직원은 문 대통령이 '개인정보 동의', '정보제공 동의' 항목 등을 빠지지 않고 기입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문 대통령이 나이 항목을 지나치려 하자 "대통령님, 66세 아니십니까"라고 물으며 자연스럽게 체크를 권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만 65세란에 체크했다.

농협 찾은 文대통령, 좌중 웃게 만든 직원의 한마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2019.08.26. pak7130@newsis.com
문 대통령은 "제가 대체로 몇 번째 가입인가요"라고 묻자, 판매 직원은 "5만 번째 정도 되기를 희망한다"며 재치있게 답변했다.

이 직원은 "지금까지도 많이 가입을 하고 있는 중이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대통령이 가입한다면 국민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최소한 한 좌씩은 가입하지 않으실까 싶다"고 덧붙였다.

표준가입 절차 등에 서명을 마친 문 대통령은 투자성향을 묻는 6개 설문 조사 항목을 작성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 주식·펀드 투자이 경험 있는가"라는 판매 직원의 질문에 "일체 없었다"고 답했다. 예·적금 경험의 유무를 묻자 "있다"고 답했다.

이 판매 직원은 '매우 높은 수준'부터 '매우 낮은 수준'까지 총 4단계로 이뤄진 항목을 가리키며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지 체크해 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제 생각에는 (문 대통령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된다"며 개인 의견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그럴 수 있겠습니까"라며 손사래를 치자, "겸손하게 체크 안 하셔도 된다"며 웃어 보였다.

농협 찾은 文대통령, 좌중 웃게 만든 직원의 한마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가입한 '필승코리아 펀드' 통장을 살펴보고 있다. 2019.08.26. pak7130@newsis.com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그래도 '높은 수준'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판매 직원은 "그래도 대통령인데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해주셔야…"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자 주변에선 웃음이 흘러나왔다.

판매 직원은 문 대통령이 금융상품에 해박한 사전 지식이 있는 것처럼 답변을 해야 펀드 가입 독려 효과가 높을 수 있다는 취지로 무조건 '매우 높은 수준'을 권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매우 안 높습니다"라며 소신 껏 '높은 수준'에 체크했다.

문 대통령이 전산 절차를 기다리면서 "농협의 오랜 고객"이라고 말을 건네자, 판매 직원은 "저희 농협은 민족자본 100%로 구성된 은행"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거래를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 좋네요"라고 웃어보였다.


문 대통령에게 투자 상품의 설명을 마친 판매 직원은 전산 처리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준비해 둔 대통령의 저서 '운명'을 꺼내 보였다.

"지루할텐데 이쪽에 사인을 부탁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넉살 좋게 사인을 요청한 판매 직원을 보면서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기분 좋게 사인을 해줬다.

kyustar@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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