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왠만한 막장드라마나 스릴러 영화를 무색케할만한 '바티칸판 실종 드라마'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더선, 폭스뉴스 등은 36년전 발생했던 교황청 직원의 딸 실종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바티칸 내에 있는 독일 공주 2명의 무덤을 열어 조사하는 과정에서 무덤이 있는 곳의 돌바닥 아래에서 유골함 2기가 발견됐다고 13일(현지시간)보도했다.
앞서 지난 11일 무덤을 열었을 때는 안에 아무 것도 없었다. 실종소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물론 무덤 주인의 유골조차없이 텅비어 있었던 것. 무덤 속에 있어야 하는 독일 공주들의 유골은 다른 장소에 이장됐던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그런데 13일 추가 조사를 통해 무덤 돌바닥 아래에서 유골함 2기가 발견되면서, 36년된 실종 미스터리가 이번에는 규명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를란디 실종사건'은 바티칸의 뿌리깊은 부패 의혹과 연관돼있는 사건이다. 바티칸과 마피아, 돈과 살인, 미제 실종사건과 익명의 제보 등 1급 스릴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 사건은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왔다. 지난 수십년간 바티칸에서 비리 사건이나 내부 갈등 등이 벌어질 때마다 오를란디 사건이 꼭 거론됐을 정도로, 이 사건은 곧 바티칸의 치부를 상징하는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3년, 당시 15세 소녀였던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는 음악 레슨을 받으러 간다며 바티칸 안에 있는 집에서 나간 후 사라졌다. 당시 바티칸은 19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시도 사건, 1982년 교황청은행의 주거래처였던 암브로시아노은행 파산, ‘신의 은행원’으로 불린 로베르토 칼비의 의문스러운 죽음 등 초대형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휘청이고 있던 시기였다.
교황청을 둘러싼 의혹들이 잇달아 터지던 중 발생한 오를란디 실종사건은 수많은 ‘음모이론’의 핵심고리 역할을 했다.
당시 교황청 은행장이었던 미국인 폴 마신커스 추기경(2006년 사망)이 모종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악명높은 ‘말리아나 갱단’ 두목 엔리코 데페디스를 시켜 은행직원의 딸인 오를란디를 납치했다는 설, 오를란디의 진짜 아버지는 마신커스 추기경이며 그를 협박하기 위해 데페디스가 소녀를 납치했다는 설, 오를란디 실종사건 수주 후 교황청으로 전화를 걸어온 익명의 남자가 교황 암살범 석방을 요구하며 오를란디와 맞교환을 제안했다는 설 등등이 쏟아진 것.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 경찰은 지난 2012년 데페디스의 관뚜껑을 열기까지 했지만 오를란디의 행방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또한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이번에 발견된 유골함에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 유골이 있다면 오를란디의 유골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않다
바티칸 측에 따르면, 오는 20일 검시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유골함이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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