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뜨거운 '블루보틀' 1개월.. "맛있어요. 맛있는데.."

입력 2019.06.11 16:32수정 2019.06.11 16:59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블루보틀은 블루보틀입니다"
여전히 뜨거운 '블루보틀' 1개월.. "맛있어요. 맛있는데.."
【서울=뉴시스】 블루보틀 성수점 외부 전경 (사진 제공=블루보틀)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블루보틀은 블루보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시작이 그랬으니까요. 오픈 초기보다 대기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여전히 한 시간은 기다려야 마실 수 있잖아요."(커피업계 관계자 A씨)

"블루보틀은 과대평가된 게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말하면 국내 커피 소비자들이 과소평가된 부분이 있는 거고요.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즐겨요. 블루보틀의 커피가 새로운 게 아니었다는 거죠."(커피업계 관계자 B씨)

'블루보틀'(Blue Bottle)이 국내에 문을 연지 한 달, 블루보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늘어선 줄이 점차 줄어들자 동시에 커피계 '애플'(Apple)로 불리는 이 체인점에 관한 갖가지 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오픈 첫 주 4시간30분을 기다려야 마실 수 있던 커피는 6월 중순이 된 현재 평일 낮에는 40분에서 1시간, 주말에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을 기다리면 맛 볼 수 있다. 대기 시간 감소에 "점점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말부터 "비정상적이던 게 그나마 정상이 된 것"이라는 말도 있다. 커피업계 반응도 제각각이다. 이 미국 커피 프랜차이즈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있다.

이에대해 블루보틀은 일련의 변화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블루보틀 측은 "일일 평균 고객수나 매출액 등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고객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사실 어떤 커피 매장도 1시간씩 줄을 서는 경우는 없다. 다시 말해 블루보틀은 여전히 '핫'(hot)하다.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커피가 새롭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일부 블루보틀 경험자의 말에서 국내 커피 시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분위기도 있다. 크기만 커진 줄 알았는데(커피 시장 2017년 기준 11조원), 동시에 질적인 성장도 진행 중이었다는 의미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블루보틀 이전부터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 중이었고,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개인 운영 카페도 꽤나 많았기 때문에 블루보틀의 '가내수공업형 커피'가 새롭기만 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미 고급화되고 있는 국내 커피 시장 흐름에 블루보틀이 올라탔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맛있어요. 맛있는데, 결과론적이지만 블루보틀이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던 거죠. 그렇다고 블루보틀을 비난할 이유는 없어요. 그냥 커피 회사일 뿐인 걸요. 블루보틀이 뭔가를 해내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잖아요."
여전히 뜨거운 '블루보틀' 1개월.. "맛있어요. 맛있는데.."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지난 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이 개장한 미국 커피브랜드 블루보틀에서 시민들이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 지어 선 가운데 시민들이 커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9.05.03. amin2@newsis.com

블루보틀의 뚝심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직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최고의 커피'라는 블루보틀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 두 가지를 변덕 심한 한국 시장에서도 관철하는 '태도'에 대한 존중 같은 거다. 블루보틀이 비슷비슷한 커피 프랜차이즈 사이에서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콘센트와 와이파이가 없다는 건 블루보틀 정체성의 상징이다. 올해 하반기 중에 삼청동 등에서 문을 열게 될 2, 3호점 또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예상된다.

"고객 반응 하나하나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게 한국 시장입니다. 요즘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 불러들이려고 일부러 콘센트를 많이 만들기도 하잖아요. 블루보틀은 그런 거 안 하겠다는 거죠. 명확한 판단 기준이 있다는 거니까, 휘둘리지 않죠. 아마 적자를 보지만 않는다면, 줄을 서지 않고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고객이 줄어도 블루보틀은 크게 신경 안 쓸 것 같아요."(커피업계 관계자 C씨)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와는 아예 방향이 다른 회사라고 봐야 해요.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블루보틀은 블루보틀입니다."

'블루보틀 앞에 늘어선 줄' 같은 건 그저 해프닝일 뿐 국내 커피 시장을 다양성 확장 측면에서 더 크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쉬지 않고 나온다는 건 커피 포함 외식 문화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양성 확장은 곧 시장의 활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단은 무조건 긍정적"이라고 했다.

jb@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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