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만난 부녀의 애잔한 사연

입력 2019.05.27 16:40수정 2019.05.27 17:27
아버지는 미안함 때문에 상봉을 거부했었다고
19년 만에 만난 부녀의 애잔한 사연
(출처=뉴시스/NEWSIS)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에서 2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어릴적 헤어져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19년 만에 만났다.

27일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초 A(51)씨의 딸인 B(28)씨는 경찰서를 찾아 "19년 전 가출한 아버지를 찾는다"고 신고했다.

A씨는 B씨가 9살이던 지난 2000년 1월 집을 나간 이후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B씨는 성인이 된 이후 아버지의 소재를 지속적으로 찾으려 노력했지만 특별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자 경찰서를 방문했다.

A씨 가출 당시에도 가족 등은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이후 경찰은 소재 탐문을 진행해 왔지만 끝내 A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B씨의 신고를 접수한 금정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실종수사팀은 장기 실종자 목록을 바탕으로 출입국 기록 조회 및 통신 자료 등을 면밀하게 조사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생활반응 등을 분석해 A씨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지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회신 자료 등을 근거로 끈질긴 추적 끝에 경남 김해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A씨가 지난 2월까지 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경찰은 추가 수사를 벌여 다른 공사현장에서 A씨를 찾아냈다.

경찰을 만난 A씨는 "수소문 끝에 (성인이 된) 딸이 거주하는 집을 몇 번이나 찾아갔으나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 차마 딸을 만날 용기가 없었다"고 말하며 딸과의 상봉을 거부했다.

이에 경찰은 A씨를 상대로 B씨의 신고 경위 등 가족들의 적극적인 상봉 의사를 전하며 지속적으로 설득해 최근 딸 B씨와 만나게 도왔다. 부녀는 19년 만에 상봉한 것이다.


금정경찰서에서 19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한 딸 B씨는 울음을 터뜨리며 "초등학생일 때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할아버지와 첫째 남동생이 사망한데 이어 최근 작은 아버지까지 숨지면서 아버지가 간절히 생각나는 때가 많았는데 가족의 끈을 다시 이어준 경찰관들의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담당수사팀은 "실종사건 중에서도 특히 장기실종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들의 행방을 걱정해 (남은 가족들의) 일상생활이 황폐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A씨 부녀의 상봉을 통해서 수사팀으로서도 실종사건에 보다 주력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기존 6개 경찰관서에서 운영되던 실종전담수사팀을 올해 초부터 15개 경찰관서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yulnet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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