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살해한 김성곤, 1년 뒤 필리핀 재송환.. 유족들 "막아달라"

입력 2019.03.31 16:03수정 2019.04.02 15:37
김씨를 절대 필리핀에 보내서는 안되는 이유 4가지 언급
한국인 살해한 김성곤, 1년 뒤 필리핀 재송환.. 유족들 "막아달라"
범죄피해자 지원단체 SOS가 지난 30일 오후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故홍석동씨 어머니가 '필리핀 살인기업 주범 김성곤의 송환을 막아달라'며 국민에 청원하는 모습.(필리핀 살인기업 유족의 눈물 김성곤의 송환을 막아라 유뷰트 영상 캡처). © 뉴스1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한국인을 납치하고 살해한 필리핀 살인기업 공범 김성곤이 1년여 뒤 필리핀으로 재송환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족들이 범죄피해자 지원단체를 통해 청와대에 최종적인 범죄인도를 청원했다.

특히 고(故) 홍석동씨 어머니는 국민청원 취지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심경을 밝히고 "더이상 범죄가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한민국에서 무기징역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유족들과 범죄피해자 단체는 김성곤을 필리핀으로 재송환할 경우 김씨가 교도소 안에서 의도적인 추가 범행으로 잔여형을 늘려 국내 송환을 미루고 이 틈을 타 탈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로 김씨는 지난 2011년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으나 탈옥에 성공해 2012년 5월 다시 검거될 때까지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필리핀 살인기업의 주범 김성곤의 필리핀 재송환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범죄피해자 지원단체 SOS는 "김씨로서는 그야말로 콧노래가 절로나올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애초에 김성곤은 관계당국이 아니라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홍석동씨 어머니가 생계마저 포기한 채 필리핀을 드나들며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기관을 설득하고, 여론에 호소하는 등 피나는 노력으로 겨우겨우 국내로 송환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수 년간의 노력으로 국내로 송해온 김씨를 필리핀으로 다시 보내야 한다는 것은 살인기업 피해자 가족들에겐 청천벽력"이라면서 "김씨는 이미 한국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쇄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중범죄자를 불법으로 총기를 소지한 죄로 재송환 시킨다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미 한국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태인데 무기소지죄로 필리핀에 송환해 징역을 살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전적으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한국인이고 공범들이 전부 한국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점, 모든 수사자료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OS 단체와 유족들은 김씨를 절대 필리핀에 보내서는 안되는 이유로 4가지를 언급하기도 했다.

SOS는 "첫 번째는 필리핀은 한국과 달리 얼마든지 교도관을 매수해 탈옥할 수 있는 곳이고 실제로 김씨는 2011년 12월 필리핀에서 검거됐으나 탈옥에 성공해 도피생활을 한 이력이 있다"며 "두 번째는 필리핀의 교도생활은 조력자만 있으면 한국보다 훨씬 편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세 번째는 김씨가 필리핀에서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면서 남아 있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필리핀에서 형량을 늘린다면 다시 그를 송환해올 방법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능성은 적으나 한국에 비해 통제가 느슨한 필리핀에서 김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살인기업의 주범 가운데 한 명인 김종석은 필리핀 유치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종석이 목숨을 끊은 이후 최세용 일당 등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나 피해자로 추정되는 실종자 윤철완씨 등에 대해 김종석이 한 범행이라면서 책임을 떠넘기고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고 홍석동씨 어머니는 국민청원을 요청하는 영상을 통해 "지금도 밤에 한시간 자다 깨고, 두시간 자다 깨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자본 적이 없다"며 "필리핀 1년 8개월 남은 걸 살리겠다고 데리고 가는 건 김성곤한테 도망가라고 시간주는 것 밖에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제가 원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나머지 죄를 받고 더이상 범죄가 안생기게 하는 것"이라며 "저는 힘이 없어요. 그러니까 모든 국민들에게 호소를 해서라도 그렇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서 말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성곤은 최세용, 김종석과 2007년 7월 경기도 안양 환전소의 여직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1억 8500만원을 챙겨 필리핀으로 달아난 뒤 필리핀으로 여행오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살해하다 2011년 필리핀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2011년 12월 불법총기소지 등의 혐의로 검거됐으나 12일만에 탈옥한 뒤 2012년 5월에 다시 현지 경찰에 붙잡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 5월 임시인도 제도를 통해 국내로 송환된 김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은 2017년 9월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임시인도 제도를 통해 김씨를 국내 송환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2020년 5월 다시 필리핀으로 인도하고 현지의 남은 형을 집행한 뒤 다시 국내로 데려와 최종적인 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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