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포항지진은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입력 2019.03.20 14:07수정 2019.03.28 15:13
"지열발전소 물 주입과정이 응력유발·단층 자극…지진촉발"
2017년 포항지진은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이강근 포항지진정부조사연구단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역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원인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진과 지열발전과의
2017년 포항지진은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역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포항시민들이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임을 주장하며 정부의 사과와 보상,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정부조사단, 단층면 위치·단층비 지대 존재 등 확인 과학적 근거 제시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두번째로 큰 규모였던 '2017년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유발·촉발된 지진이었다는 과학적 근거는 '단층면'의 형태였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은 유발지진, 촉발지진이며 '자연지진'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연구단은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과학적 근거로 포항지진의 단층면이 기존에 지열발전소 실증 과정에서 물을 주입하는 압력이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리자극' 때문에 발생한 미소지진(리히터규모 3.0 이하의 소규모 지진) 단층면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겸 대한지질학회장)은 "수리자극 과정에서 가해진 주입압력과 주입량의 자료를 이용해 주요 진원 위치에서 시간에 따른 공극압의 분포를 계산했다"면서 "이 결과는 지진발생의 시공간적 분포와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이 관계없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지열발전소 실증 시기와 포항지진의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었다. 지열발전소 실증이 포항 지진보다 앞섰고 수리자극을 줘서 발생한 미소지진과 포항지진을 연관시키기엔 시간 지연이 있으며 거리도 다소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에 연구단은 포항지진을 포함해 지열발전 실증부지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진원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속도모델 구축·상대위치 결정·지진의 진원 위치 등을 이용한 보정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98개 지진의 정확한 진원을 결정했다.

또 지열발전을 위해 물이 주입되는 두 지열정(PX-1·PX-2) 중 PX-2 지열정에서 수행한 수리자극에 의해 유발된 미소지진들이 이루는 평면과 포항지진의 단층면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단장은 "지열발전소 실증 과정에서 수리자극을 준 이후에도 공극압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이 압력이 지층단층에 계속 확산돼 지진 발생의 시간적 지연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외에 평면이 통과하는 위치에 관한 여러 증거들도 발견됐다. 시추공 영상검층결과 PX-2 지열정이 3783m 심도에서 막혔고 PX-2 암편시료를 분석한 결과 3790m~3815m 심도 구간에서 단층으로 생긴 부서진 암석 '단층비' 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진분석을 통해 결정된 단층면을 연장하면 이 심도와 일치하기도 했다.

이강근 단장은 "이는 포항지진 발생 시 이 단층이 파열되면서 PX-2 지열정의 '케이싱'(굴 붕괴를 막기위해 설치하는 파이프)을 손상시켰음을 의미한다"면서 "또 다른 증거로 PX-2 지열정에서 급격한 수위 하강과 지하수 화학 특성 변화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을 위한 굴착 시 발생한 이수누출(mud loss)과 PX-2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주입한 유체에 의해 확산된 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 이수누출은 주위의 압력이나 응력으로 인해 진흙과 같은 형태의 이수가 지면 내 간극을 통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이강근 단장은 이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거의 임계응력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부조사단이 정의한 유발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유체 주입의 영향으로 공급압과 응력이 변화된 암석의 공간적 범위 내 일어날 수 있는 규모 지진을 말한다. 즉, 유발지진은 이때 유체 주입과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 에너지는 방출하는 것이다.


촉발지진은 인위적인 영향이 최초의 원인이나 그 영향으로 자극을 받은 공간적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규모 지진으로, 이때 지진은 대부분 조구조 운동으로 축적된 변형에너지를 방출한다.

한편 연구단은 지난 2018년 3월 출범해 포항지진의 지열발전소 유발여부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지진·수리지질·구조지질·지질역학·물리탐사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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