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근무 요청하니 권고사직" 중소기업 직장맘의 토로

입력 2019.02.20 22:45수정 2019.03.28 15:47
초등학교 돌봄공백, 직장문화도 지적했는데..
"단축근무 요청하니 권고사직" 중소기업 직장맘의 토로
20일 오후 7시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중소기업 직장맘 간담회' 모습. © 뉴스1 이헌일 기자
"단축근무 요청하니 권고사직" 중소기업 직장맘의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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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축근무 요청하니 권고사직" 중소기업 직장맘의 토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직장맘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직장맘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2019.2.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단축근무 요청하니 권고사직" 중소기업 직장맘의 토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직장맘의 일생활 균형을 위한 직장맘과의 간담회에서 직장맘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2019.2.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중소기업 직장맘 간담회…'부당한 대우' 폭로 쏟아져
초등학교 돌봄공백, 직장문화도 지적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금요일에 단축근무를 요청했더니 월요일에 권고사직을 요구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전혀 해본 적 없는 일로 보직변경했다."
"면접 때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하겠다고 했더니 떨어졌다."

중소기업 직장맘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법에 명시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 달라는 요구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서울시는 20일 오후 7시 용산구 상상캔버스에서 '중소기업 직장맘 간담회'를 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맘 10명이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각자의 경험을 예로 들어 어려움을 털어놨다.

특히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을 두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A씨는 "회사를 6년 동안 다니다가 첫 아이를 출산했는데 육아휴직을 거절당했다"며 "회사에서 '대체자가 왔을 때 그 사람이 일을 더 잘 하면 그 사람을 계속 쓰겠다'고 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출산휴가가 끝난 뒤 복직한 뒤 금요일에 단축근무를 요청한 뒤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요구했다"며 "사실상 해고였다. 연차 15일을 쓴 뒤 사직했다"고 말했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B씨는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휴직 직전에 '정신상태가 해이해졌다'고 하며 20년간 해온 업무가 아닌 영업직으로 발령을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육아휴직 전과 같은 보수, 같은 직책만 유지하면 된다고 한다"며 "임금·직책만 같아도 된다는 법 조항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육아를 하면서 구직활동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C씨는 "계약직 기간이 끝나 구직활동을 하면서 면접을 보게 됐다"며 "면접관이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용할 수 있으니 활용할 거냐고 묻길래 쓰겠다고 했더니 떨어졌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또 A씨는 "구직활동을 하다가 전화로 면접 일정을 잡는데 옆에서 아이 소리가 들리니 아이가 몇개월인지 물었다"며 "대답을 하자 면접 일정을 다시 잡자고 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체 기업의 99%를 자치하는 중소기업 직장맘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기혼 여성 가운데 경력단절 여성의 비중은 78.2%에 달해 대기업 54.8%, 공공기관 26.9%에 비해 훨씬 높다. 현실적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활용이 어려운데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2차 경력단절을 겪는 경우도 많다.

D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됐는데 9시까지 등교를 해야 한다"며 "(출근시간을 감안하면) 저도, 아이 아빠도 아이를 데려다주고 출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돌봄교실, 방과후 교실 등 각종 돌봄 프로그램이 (퇴근할 때까지) 100% 아이를 돌봐줄 수가 없다"며 "그렇다고 방과 후에 학원을 보내기에도 어른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각종 제도 뿐만 아니라 직장의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D씨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까지 15개월을 사용하고 복직했는데 회사가 집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갔다"며 "그래서 회사에 유연근무를 신청하려고 팀원들과 상의했는데 팀원들조차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질 않았다"고 토로했다. 회사측은 '큰 기업에서만 하는 거다', '우리는 대체인력을 구할 수도 없다', '현실을 봐라'라는 반응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어린이집, 유치원까지는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 초등학교 이후가 '돌봄 절벽'"이라며 "돌봄교실을 확대하고 다양한 돌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복지부, 여가부, 교육부 등 부처가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도 "각 부처별로 분절돼 있던 서비스를 종합하고 연계해서 '온종일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이 회사 분위기인데 분위기는 그냥 바뀌지 않는다"며 "필요한 분들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그제서야) 바뀌기 시작하는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회사 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사자들도 노력을 해주면 후배들은 더 쉽게 (각종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지자체에 권한을 주면 이같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위법 행위를 감시하는 근로감독관 제도를 두고 "서울시는 상대적으로 인력이 있지만 (고용노동부에서) 권한을 주지 않는다"며 "그래서 별도로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권한이 없어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돌봄 공백 문제에 대해 김상희 부위원장에게 "서울시는 아이키움센터를 만드는 등 초등학교 돌봄까지 책임지는 사업을 추진한다"며 "정부는 예산이 풍부하니 서울시에 예산을 좀 더 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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