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안받았다' 위증 혐의한 담양군수 부인이 무죄받은 이유

입력 2019.02.17 15:41수정 2019.03.28 09:52
책과 현금 2000만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네받은 사실이 없고..
'뇌물 안받았다' 위증 혐의한 담양군수 부인이 무죄받은 이유
광주지방법원 전경. © News1
법원, 1심 집유 파기…"증언거부권 고지 못받아"

(광주=뉴스1) 전원 기자 = 공무원 뇌물사건 관련 재판에서 거짓증언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판결받은 전남 담양군수의 부인이 2심에서는 무죄를 판결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염기창)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담양군수 부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A씨는 2015년 1월26일 전 담양군 공무원 B씨의 제3자 뇌물교부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한 뒤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B씨로부터 책과 현금 2000만원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네받은 사실이 없고, B씨를 만난 사실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B씨는 2013년 7월 사무관 승진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한 감사표시로 책과 현금 2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A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확정받았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1심 판결 등을 이유로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사실에 관해 위증을 해 죄질이 좋지 못하다"며 "다만 A씨의 위증은 실질적으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었고, 그 위증이 재판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집행유예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A씨는 B씨의 재판은 자신이나 배우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는 내용이 있음에도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해 이를 행사하는데 사실상 장애가 초래됐다면서 그 진술 내용이 A씨의 기억에 반하더라도 위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증언거부권이 있었음에도 B씨의 형사사건 재판장이 사전에 이를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않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근친자의 형사소추 가능성이 문제될 뿐만 아니라 피고인 자신에 대한 형사소추 가능성 또한 문제될 수 있는 사건의 경우 헌법에서 정한 자기무죄거부특권과 직결돼 증언거부권을 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형사사건의 증인으로 B씨의 사건을 증언함에 있어서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함으로 인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데 사실장 장애가 초래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점을 볼 때 설령 A씨의 증언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해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는데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의 판단은 증언거부권의 고지의무와 위증죄의 성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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